책/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제319호 한시에 젖은 지성들의 정담 서울대 인문대학 2동 3층에는 ‘자하헌’(紫霞軒)이라는 당호를 지닌 교수합동연구실이 있다. 영문·중문·독문·국문학 등 다양한 인문 분야 전공 교수들이 모여 한담과 수담을 나누는 곳이다. 지난 92년 봄부터 이병한 교수(중문학)는 자하헌 한구석의 백판 위에 ...
캐릭터오디세이/ 정직한 경찰은 괴롭습니다제319호 기어이 사건을 해결하고 혼곤한 잠에 빠지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아오시마 행동파 캐릭터들이 스크린을 접수하는 계절입니다. 적과 배경은 달라도 액션영화에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가 있지요. 바로 “책상물림들이 무얼 안다고!”라는 코방귀입니다. 쓸모있는 진리는 사색이나 말잔치에 ...
유쾌한 상가, 죽음을 즐긴다제319호 <학생부군신위>/배우들이 모여사는 경북 합천군 가회면… 집안의 잔치로 일상의 소용돌이 잠재워 우리는 사람이 죽었을 때 ‘돌아간다’라는 말을 쓴다. 돌아가는 곳이 망자의 생명을 품었던 어머니의 자궁 속인지, 태초의 인간을 빚어냈다는 흙인지, 우리 민족의 시원지라는 ...
선수협 주축들의 '빛과 그림자'제319호 2군 추락에 이어 팀 이탈한 강병규, 노히트노런 세우며 승승장구하는 송진우 강병규(SK)가 최근 팀 이탈 소동을 벌였을 때 무릎을 탁 치며 “어, 이거 봐라” 하고 빙그레 웃는 이가 있었을 게 틀림없다. 강병규가 누구인가. 바로 ‘대변인’ 아닌가. 강병규는 지난해까지는 두산...
광고/ 우정과 추억의 무서운 힘제319호 아이러브스쿨 사이트가 광고비 한푼없이 200만명의 회원을 모은 비밀은… 사랑은 늘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온다. 깨닫지 못하고 스쳐가거나 시차가 맞지 않아 이루어지지 못한다. 뒤늦은 후회를 해봐도 소용이 없다. 남녀의 사랑뿐 아니라 부모에 관한 사모곡이나 스승에 대한 정리 역시...
책/ 문화읽기:삐라에서 사이버문화까지제319호 지적 가로지르기 비평의 지평을 넓히다 90년대 중반 등장한 직업군 가운데 ‘문화평론가’라는 직함이 있다.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 것으로 끝나던 문화는 이때부터 해석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장르로만 구획지어졌던 문화의 영역에 백화점, 홍대 앞 거리 ...
'뽕짝 판타지' 까무러치겠네제319호 왜 10대들은 '이박사'에게 환호하는가, 애드리브가 죽여서? 지난 7월21일 저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클럽. 옆머리를 뒤로 넘긴 70년대식 장발에 빨간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가수가 탬버린을 들고 무대에 등장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학생 및 신사숙녀 여러분,...
건축의 향기, 낮은 곳으로 임하다제319호 달동네와 시골 서민주택에 조형미와 인간미를 불어넣는 건축가들의 새로운 시도 회색 판잣집들이 촘촘히 이어지는 인천 만석동 골목. 동네 집 숫자보다 화장실 숫자가 적은 곳, 아침마다 공중화장실 앞에 주민들이 줄을 서는 곳, 그래서 ‘치질약국’이란 이름의 약국이 있는 곳이다. 이 ...
밀레니엄과학읽기/의료의 공공성을 다시 생각한다제319호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타고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도, 서구사회의 시민 대중이 시장경제에 맡겨두지 않고 끝끝내 국가의 개입을 정책적으로 요구했던 분야가 의료였다. 유럽에서 신자유주의의 기수로 자처했던 대처 총리도 영국 의료보장 제도의 틀을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유럽사회에서 보건의료 분야는 더욱 …
디지털회오리/ 컴퓨터를 뒤집는 엽기적 도전제319호 몇년 전인가 컴퓨터 도매상가를 어슬렁거리다 뒷골을 땅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어떤 컴퓨터 전시장이었는데 웬 컴퓨터가 메인보드에 카드만 몇장 꽂힌 채 있는 게 아닌가. 케이스는 홀짝 벗어젖히고 그렇게 있는 거다. 게다가 모니터도 전자총이 보이게 벗겨져 있고, 키보드도 자판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