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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선수협 주축들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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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7-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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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 추락에 이어 팀 이탈한 강병규, 노히트노런 세우며 승승장구하는 송진우

(사진/선수협의 스타 강병규. 최근 그의 '일탈'은 선수협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좋은 무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강병규(SK)가 최근 팀 이탈 소동을 벌였을 때 무릎을 탁 치며 “어, 이거 봐라” 하고 빙그레 웃는 이가 있었을 게 틀림없다. 강병규가 누구인가. 바로 ‘대변인’ 아닌가. 강병규는 지난해까지는 두산의 한 투수에 지나지 않았지만 99년 12월 이후로 명함 하나가 생겼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대변인. 프로야구 구단주를 비롯해 프런트는 지난 겨울 선수협과 그 주축 선수들의 활동에 쌍심지를 켜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강병규의 주변인물은 물론 강병철 SK 감독조차 그의 이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고 보면 강병규는 현재 사면초가에 놓여 있음이 분명하다.

지난 겨울 장외에서 승승장구하던 선수협 대변인 강병규의 최근 행보는 프로야구 선수협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선수협 선수 한명의 일탈과 프로야구 선수협 전체의 행보와 무슨 상관이 있을지 모르겠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80년대 학생운동 조직이 그 세력과 단결력 면에서 대항세력으로서 최고조를 이룰 당시 공안당국이 번번이 시비를 건 게 이들의 도덕성이었다. 합숙과 MT를 가면서 성적으로 문란하다느니 하며 있는 사건 없는 사건 다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강병규의 일탈은 ‘선수협 무용론’을 들먹이는 이들에게 아주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회장과 대변인의 '인생유전'


(사진/지난 5월18일 광주에서 열린 해태와의 경기에서 2점 홈런을 친 로마이어와 악수하고 있는 송진우)
강병규의 사건과 정반대편에 놓여 있는 ‘사고’가 또 하나 있다. 지난 5월 대전구장에서 일어난 사건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선수협 회장인 한화 왼손 투수 송진우가 데뷔 11년 만에 노히트노런을 일궈낸 것이다.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으로 주자를 내보낸 것을 제외하곤 안타나 점수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 투수라면 한번쯤은 꿈꿔보는 기록. 35살의 선수협 회장 송진우가 이런 사고를 칠지는 정말 예상 밖이었다.

선수협 회장 송진우는 노히트노런, 대변인은 팀 무단 이탈. 지난 겨울 똑같이 뜻을 같이 한 이들 둘의 행보는 열대야를 넘기는 요즘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인생유전이라는 말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 소리다.

이들 둘의 성격은 정반대다. 애초 선수협이 결성될 당시 주축 선수는 양준혁(LG)이었다. 삼성의 대표 타자로 활약하다 해태로 정리 트레이드 되는 억울함을 겪으며 양준혁은 선수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조직 결성의 필요성을 몸소 절감했다. 그래서 뜻있는 각 팀 주축 선수들과 함께 약 6개월간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게 바로 프로야구 선수협이었다.

99년 12월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연회장. 좌충우돌 끝에 선수협 결성이 선언되기까지 마이크를 잡았던 사람은 바로 강병규였다. 평소 활발하고 선수들에게 장외에서 인기가 높았던 강병규. 헌칠한 마스크에 화려한 언변은 그 누구도 주저할 것 없이 그에게 대변인 자리를 건네게 만들었다. 약 한달여 동안 우르르 몰려들어 질문 공세를 펴는 기자들을 상대할 이는 강병규밖에 없었다.

처음에 대변인이라는 보직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여러 선수들의 걸러지지 않은 이야기를 정리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 몫이 바로 강병규에게 자연스레 돌아갔던 것이다. 선수협 초대 회장이 송진우로 정해졌다고 발표됐을 때 의아했던 것도 당연했다. 평소 조용하고 과묵하고, 특별히 선수들의 권익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얘기하고 다닌 것도 아니고, 조직을 이끌 만한 카리스마가 대단한 선수로 평가받지도 않았던 게 바로 송진우였다.

두산의 제 4, 5선발격이었던 강병규는 선수협 활동 과정서 장외의 에이스로 거듭나선다. 싸움에서 한번 밀릴 경우 회복이 좀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운동선수의 생리상 터득하고 있던 그는 선수협 결성을 무조건 반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의 강경론에 한층 더 강경한 자세로 밀어붙였다.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풀어젖혔고 혹시나 약한 마음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으면 다독거려가며 전세를 가다듬었다. ‘돌출성 발언이다, 앞뒤 생각하지 않은 즉흥적인 언사’라는 비난이 다소 일었지만 이것 또한 한순간에 만회했다. 선수협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한 방송사의 TV토론 프로그램 패널로 초청되자 강병규는 침착하고 논리정연한 태도로 선수협 결성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유니폼 광고부착 거부로 갈등 시작

(사진/지난 3월6일 중재를 요청하기 위해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을 찾은 강병규와 송진우)
선수협 부분 인정과 제도개선위원회 결성이라는 절충안으로 사태가 일단 호흡을 고른 뒤 2000프로야구 시즌은 스타트했다. 그 와중에 SK의 창단이 확정되자 두산은 기다렸다는 듯이 ‘골칫거리’로 여겼을 법한 강병규를 보호선수 외 명단으로 풀었다. SK는 당연히 팀 내 에이스급인 강병규를 연봉 1억원에 모셔갔다. 송진우는 겨우내 선수협 활동 탓에 이렇다할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다소 더운 기후에서 피칭훈련을 해야 다음 시즌 준비가 가능하다. 예민한 팔꿈치와 어깨 근육이 추운 곳에서 위축된 채로 훈련하게 되면 망가지는 것은 불문가지. 따라서 송진우와 강병규의 올 시즌을 기대하는 이는 없었다 해도 지나친 소리가 아니다.

강병규의 파국은 지난 6월부터 예고 됐다. 강병규는 “선수와 합의하지 않은 채 유니폼에 특정회사 로고를 붙이는 것은 부당하다”며 유니폼 상하의에 부착된 광고를 떼어내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를 어리벙벙하게 만들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선수 계약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구단이 지정한 유니폼과 스파이크 등을 착용하고 나와야 하는 게 현재의 야구규약이다. 개정되지 않을 규약이라 생각하고 일종의 시위를 벌인 것으로 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파국은 지난 7월 초순께. 이미 코칭스태프의 등판 지시를 어긴 괘씸죄로 2군에 내려가 있던 강병규가 강병철 SK 감독을 찾아왔다. 이 병원 진단서에는 일광성 피부염이라는 병명이 씌어 있었다. 피부염을 이유로 8주가량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강병철 감독은 “너와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 구단과 얘기하라”고 말했다. 강병규는 13일부터 아예 2군 훈련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강병규가 자신의 말대로 8주간 훈련을 중단하겠다면 이는 사실상 올 시즌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다가 강병철 감독도 강병규를 올 시즌 전력에 제외시켰다. 강병규는 현재 연락을 두절한 상태다.

선수협 2라운드에선 또 무슨 모습을?

우리 나이로 36살의 송진우는 국내 선발 투수 가운데 김용수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지난해 11월 프로야구 첫 자유계약선수(FA)로 3년간 7억원에 계약,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선수협 활동에 따른 훈련 부족은 그의 활약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30대 중반의 나이다. 그러나 6월18일 광주 해태전에서 노히트노런(볼넷 3개)을 거두는 등 최근 9승으로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종전에 횡으로 움직이는 변화구(슬라이더) 외에 아래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종에 추가한 것이 승승장구의 비결이라고 하지만 선수협을 이끌며 배운 책임감 또한 정신무장을 새롭게 했다. 사실 송진우 정도의 나이에 필요한 것은 힘과 기량이라기보다는 ‘은퇴 종용’으로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아가는 정신력이다.

송진우도 강병규도 한국 프로야구 선수다. 야구로 밥 먹고사는 이들에게 이들은 귀중한 자랑거리이자 자산임에 틀림없다. 선수협 파동이 불거져 나온 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도약과 발전과정에서 필연임을 인정한다면 지난 겨울 회장과 대변인으로 대표됐던 이들의 행보도 그 과정으로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 다만, 노쇠를 예상했던 송진우의 나이를 잊은 괴력도, 겨우내 그토록 재기발랄하던 강병규의 실망스런 돌출 행동도 현재로선 모두 예상 밖의 일들이다. 올 시즌 종료 뒤 맞이할 선수협 2라운드에서 이들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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