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가로지르기 비평의 지평을 넓히다
90년대 중반 등장한 직업군 가운데 ‘문화평론가’라는 직함이 있다.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 것으로 끝나던 문화는 이때부터 해석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장르로만 구획지어졌던 문화의 영역에 백화점, 홍대 앞 거리 등 일상의 공간과 ‘빨간 마후라’등 사회적인 사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문화평론가들은 새롭게 등장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문화적 코드로 읽으면서 표면 아래 숨겨져 있는 감수성과 이데올로기를 캐내는 작업을 해왔다.
<문화읽기:삐라에서 사이버 문화까지>는 새로운 문화현상에 꾸준히 천착해온 현실문화연구의 필진들이 96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글 24편을 정리해 묶은 책이다. 이들이 주목한 문화현상은 O양의 비디오에서 검열, 폭주족, 동성애, 스타크래프트 열풍, 채팅, 옷로비 사건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문화의 다양한 범위만큼 필자들의 전공도 다양하다. 국문학, 영문학, 사회학, 미술사가, 만화평론가, 동성애 활동가 등 인문, 사회, 예술의 전 분야를 망라한다.
글쓴이들의 작업 방식은 ‘지적 가로지르기’로 요약된다. 가로지른다는 말은 틀을 뛰어넘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테면 사회학자인 김종엽 교수(한신대 사회학)는 예쁘고 안온한 디즈니 만화를 물신주의적이고 가족이기주의적인 부르주아 사회 이데올로기의 투사 또는 교육으로 해석한다. 영문학자 노승희 교수(전남대 영문학)는 엇갈리는 진술만 오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어떤 진실도 밝혀지지 않았던 옷로비 사건 청문회를 ‘IMF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적, 도덕정 위기국면에 처한 한국사회의 집단적 허위의식과 기만적 시선이 집중된 스펙터클’로 읽는다.
또한 동시대의 문화현상에 한정하지 않고 전쟁 삐라, 일본식 주거양식 등 과거의 문화현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놓은 글들은 문화비평의 지평을 한 단계 넓힌 의미있는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문화읽기:삐라에서 사이버문화까지●
고길섶 외 지음
현실문화연구(02-533-8643) 펴냄, 1만5천원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고길섶 외 지음
현실문화연구(02-533-8643) 펴냄, 1만5천원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