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복수제999호한-일 관계에서 과거는 ‘현재의 정치’다. 역사와 화해하지 않으면 미래의 문도 열기 어렵다. 기회가 있었다. 바로 1965년 한-일 협정이다. 중단과 재개를 7번 반복했고, 1500회 이상 만난 마라톤 협상이었다. 1952년에 1차 회담을 했으니 14년이나 걸렸다. 다양한 평가가 있다. 그러...
탈레반에 날개 준 부토의 꿈제999호1994년 10월 파키스탄산 직물을 가득 실은 트럭 대열이 아프가니스탄 접경도시 퀘타를 출발했다.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당시 총리의 측근인 나세룰라 바바르 퇴역장군이 이끄는 수송 대열은 칸다하르를 거치는 아프간 주요 국도를 따라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수송 대열이 국경을 넘어 아프간 접경도시…
짝퉁 천국 총기 지옥제998호한때 나의 지축(地軸)은 이곳을 중심으로 돌았다. 방콕 카오산 로드,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북적대는 카오산에선 의식주는 물론 아쉬운 물건들을 어지간히 해결할 수 있다. ‘우린 모든 걸 팝니다’ 혹은 ‘삽니다’라고 적힌 투박한 매직 글씨 간판(실은, 상자판때기) 아래 펼쳐진 좌판은 한 번쯤 뒤적여볼 만하다....
빈라덴과 탈레반의 숙명적 조우제997호1996년 5월19일, 수단의 수도 하르툼 공항에서 아리아나아프간항공 전세비행기 한 대가 이륙했다. 비행기에는 오사마 빈라덴과 그의 15살 아들 오마르, 그리고 그의 추종자들이 긴장되고 비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비행기는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몇 시간 비행한 뒤 아랍에미리트연합에 기착해 급유를 받았다. ...
실패했으나 성공한 협상제996호세계적인 냉전은 언제 끝났을까?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이 전환점이다. 아이슬란드의 수도에서 로널드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만났다. 회담은 성과가 없었다. 아무런 합의문도 채택하지 못했다. 돌아가는 두 사람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실망감도 컸다. 양쪽은 상대를 원망했다. 언론은 실패라고 평가했다....
연애 문제 해결하려 기밀 유출?제996호지난해 말 일본 국회에서 특정비밀보호법안이 통과됐다. 앞으로 1년 이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일본의 안전 보장과 관련한 정보 중 비밀 지정이 필요한 내용을 ‘특정비밀’로 지정해 취급자의 적성 평가 및 정보 유출시의 처벌 내용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비밀 지정 범위가 애매한 탓에 어떤 정보이든 ‘특정비...
지하드, 미국의 심장을 겨냥하다제995호알카에다가 미군이 거쳐가던 예멘 아덴의 호텔을 표적으로 벌인 첫 폭탄테러 공격이 주목받지 못하고 한 달여가 흐른 1993년 1월25일 아침, 미국 버지니아 랭글리의 중앙정보국(CIA) 청사 정문 앞. 출근길인 CIA 직원을 태운 차량들이 검문을 기다리며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겨울 아침...
“휴전 이후 계획 명시한 협정서 원한다”제995호카친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카친독립군(KIA) 부사령관 마즈젠술무트군모 소장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무장조직의 간부임에도 격의 없는 태도 때문이다. ‘라이자 회의’ 직전 그를 만나 휴전협상에 대한 고민과 전망을 들어봤다. -몇 달째 ‘전국 휴전 임박’이라는 말이 ...
헌 영웅 줄게, 새 영웅 다오제995호“개인적으로 영화 <수카르노>는 2014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자카르타 남부 암페라 라야에 위치한 영화공동체 다푸르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하눙 브라만티오(39) 감독의 말이다.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가 독립운동 중 1931년 네덜란드 동인도정부에 체포된 때부터 ...
총 버려야 협상? 원하는 게 투항인가제995호카친주에서 피란민(IDPs)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은 반군 수도 라이자다. 거주민의 2배를 웃도는 약 2만 명의 피란민이 정착한 이 도시에서는 1961년 이래 자치를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벌여온 카친독립기구(KIO)가 사실상 정부 노릇을 하고 있다. 경찰서, 이민국, 법원 그리고 마약·인신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