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가 만든 엄마정식?제986호최근 일본에서는 사용된 식재료와 다르게 표기하는 ‘허위기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식품 허위기재’라 하면 싸구려 음식들이 떠오르지만 이번 사태는 다카시마야백화점, 제국호텔, 리츠칼튼호텔 등 유명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일어난 일이라 소비자들의 충격이 크다. 이번 허위기재가 소비자의 건강을 해롭게 하…
CIA 공작, 지하드의 불을 놓다제985호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군은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곧 주요 도시와 이 도시들을 잇는 도로 및 인근 지역을 장악했다. 그뿐이었다. 주요 도시들을 잇는 가는 띠 모양의 지역에서만 영향력을 확보했다. 아프간의 광막한 황야와 산악지대는 무자헤딘들의 무대가 됐다. 소련군 침공 1년 전부터 군사활동을 시작한 무자헤딘…
교통체증 부채질한 ‘첫차들’제984호방콕은 시쳇말로 ‘시간 잡아먹는 도시’다. 책을 덮고 (혹은 잠을 깨고, 혹은 ‘페북질’을 하다) 고개 들어 보는 차창 밖은 여전히 ‘승용차 전시장’이다. 그 사잇길로 오토바이들이 길뚫기 곡예를 하고 있다. 지상철(BTS)이나 지하철(MRT)을 타면 되잖소, 라고 반문하는 이가...
불편한 통일 이별의 평화제983호평화가 없는 통일은 통일이 아니다. 화해가 없는 통일은 얼마나 허망한가? ‘뭉쳐야 산다’고 누가 말했나? 헤어져서 평화로운 사례가 있다.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랫동안 내전을 치렀고, 분쟁의 교과서에 빠지지 않는 단골이며, ‘풀기 어려운 평화’의 대명사였다. 내전의 출구는 남수단의 분리독립이었다. 201...
1979년 아프간, 비극의 시작제983호1979년 12월25일. 기독교 문명 세계의 최대 성일인 크리스마스 새벽에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소련 접경 지역인 테르메스 인근의 아무다리야강에는 성탄의 고요함에 어울리지 않는 굉음이 울렸다. 소련군 40군이 강에 부교를 설치하고 탱크를 앞세워 국경을 넘어 전면적 침공을 개시했다. 소련군 40군은 2차 ...
승려는 칼춤 추고, 공권력은 방관했다제981호버마 중북부 소도시 메이크틸라에서 만난 묘윈(15·가명)은 눈빛이 다부진 소년이었다. “아니요, 울지 않았어요.” 학살의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은 그에게 기억을 들추며 “그래서 울었니?” 몇 차례 물었다. 이를 악문 표정으로 같은 대답이 넘어왔다. “폭도들의 손에 죽어간 학생, 선생님 모두...
‘이슬람벨트’는 분쟁과 동의어제981호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자. 동서로는 태평양 연안의 필리핀 민다나오섬부터 북아프리카의 모리타니 등 대서양 연안까지, 남북으로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중국의 신장웨이우얼 지역까지가 지구상의 이슬람 세계다.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로 구성된 구대륙의 중앙을 관통하는 ‘이슬람 벨트’라고도 부른다. 냉전과 …
케냐에서 상연되는 ‘테러의희비극’제980호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소말리아라는 나라가 있다. 우리에게 빈곤의 대명사로, 그리고 최근에는 해적으로 유명해진 그 나라다. 지난 9월21일 오전(현지시각),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나흘 동안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총격 사건은 소말리아의 ...
망각에서 기억으로 침묵에서 청산으로제980호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조지 오웰의 말이다. 민주주의가 흔들거리면, 언제나 독재세력은 과거를 장악하려고 한다. 특정 세력이 특정한 목적으로 기억을 독점할 수 있을까?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한 국가에서, 기억의 정치는 다양하다. 독재자 프랑코의 사망 이후…
독일 좌파들의 비극 유럽 좌파의 딜레마제979호“유럽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한 달 전쯤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여성 사무총장 안드레아 날레스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한겨레21> 지면에 이 연재를 시작한 지난해 초에 세상은 한창 유럽의 재정위기로 시끄러웠다. 그로부터 1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