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박봉 당원들이여제983호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는 여러모로 깊은 울림을 주었다. 유학 추천서 한 장 받으러 모처럼 학교를 찾은 선희는 어리바리 세 남자를 한 큐에 후린다. 뼛속까지 하녀인지라, 돌쇠 남친한테도 마님 대접 못 받는 A양과 김치말이국수와 떡갈비를 흡입하며 ‘워너비 선희’를 외쳤다. “그래도 ...
피할 수가 없었네, 고기 회식제983호아내는 3일째 고기로 회식을 했다고 했다. 과연, 눈빛이 노리끼리한 게 심상치 않아 보였다. 고기가 잘못했네. 그럼 오늘은 풀 좀 먹자. 풀을 먹되, 맛도 포기할 수 없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가지나 감자, 양파, 각종 버섯, 두부 등을 불판에 구워 먹는 거다. 상추와 깻잎을 한 손에 ...
EBS국제다큐영화제 추천작제983호기록을 추동하는 이야기를 보라 다큐멘터리는 기록에 대한 욕망에서 시작된다. 이 장르에 가려진 진실과 사라져가는 것에 관한 작품이 유독 많은 것도, 그것이 가장 큰 기록의 추동력을 지닌 소재이기 때문이다.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에서 치매를 소재로 한 작품이 3편이나 되는 것도...
왜 햄릿이냐고요?제983호2013년 10월17일은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투쟁 2451일째다. 2천 일이 넘는 시간 중 딱 9일 동안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은 서울 대학로 혜화동 1번지 소극장에서 연극배우로 무대에 선다. 이 연극은 ‘막무가내종합예술집단 진동젤리’(이하 진동젤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진동젤리는 연극 <...
세상의 노라들을 응원하노라제983호대문이 덜커덕, 하고 잠기는 소리가 나더니 막이 내린다. 하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저는 하나의 인간이에요, 당신과 똑같은. 그렇지 않다면 저는 최소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라고 외치고 나간 이 여인은 남편 헬메르에게 ‘종달새’로 불리며 인형 취급을 받던 노라다. 허위와 위선의 세…
“옷이 사람보다 먼저 걸어나오면 안 된다”제983호대충 차려입고 나온 옷이 왠지 신경 쓰였다. 60년 넘는 경력의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워서 두르고 나온 스카프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풀어서 가방에 구겨넣었다. 하지만 마주 앉은 디자이너는 사람의 옷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옷이 사람을 짓눌러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진 ...
신이여, 혁명이여, 이 도저한 멜랑콜리여제983호장소나 건축물이 ‘정조’(Pathos)를 갖는다면, 이 단아한 콘크리트 입방체에 어울리는 것은 단연코 ‘멜랑콜리’(Melancholy)일 것이다. ‘우울’이란 병리학의 언어로 번역되곤 하는 멜랑콜리는, 각별한 애정을 투사했던 대상이 소멸했을 때 속절없이 밀려드는 몰락과 상실의 감정이다. ...
타인은 지옥이 아니다제983호한쪽 눈동자는 검고 다른 한쪽 눈동자는 희뿌연 남자가 있다. 마치 추리소설에 나오는 수수께끼 인물을 연상시킨다. 그는 젊어서 건축 현장에서 일하다가 시멘트 뭉치가 눈에 날아들어 실명하고 말았다. 게다가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수년 전부터는 척주관 협착증을 앓고 있어서 이따금 정형외과를 찾아와 약도 타고 물리...
세상 모든 대리들, 보고 있나제983호안 만나도 다 안다니. 그냥 솔직해지자. 이번주 주인공은 아니다. ‘안 만나주지만 그냥 다 알아’ 정도 되면 모를까 말이다. 그렇다. 그는 이것저것 ‘안 알랴줌’을 고집하는 이해진(46·사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다. 걸음마 마친 아기부터 꽃 같은 할배도 애용하는 국민 포털 ‘녹색 검색창’의 창시자다....
굴착기로 김장을 담그는 친구제982호반쪽이건 온쪽이건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와 살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시골도 논둑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아파트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교육이며, 농사며, 자연 그리고 인간들과 관계 맺는 방식, 즉 삶의 문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