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재앙으로 큰 원자력보험제981호문제는 돈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세운 핵발전소는 더욱 그렇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누가 얼마나 물어줄 수 있나’라는 ‘돈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핵발전소 23기 가운데 동해안에만 15기의 원자로가 돌아가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핵발전소는 원자력보험으로 ‘돈의 위협’을...
운동화에 맛들여라제981호7년 전, 독일 베를린과 뮌스터를 돌아 영국 리버풀과 런던으로 단기연수를 갔던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굽 높은 구두를 즐겨 신고 다녔다. 긴 여정 동안 비행기도, 기차도, 트렁크를 끌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날에도 늘 하이힐을 고집했다. 어처구니없이 폼생폼사하던 시절...
옥상, 레드기획 도시의 마지막 미답지제981호10월2일 저녁 7시30분, 해가 저물고 하늘이 깜깜해졌다. 어둠은 낮은 곳 높은 곳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내려앉았다. 서울 종로1가, 술집과 밥집으로 조밀한 골목길에는 사람들이 이 가게 저 가게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왔다가 쏟아져들어가곤 했다. 번잡함을 뒤로하고 초대받은 13층짜리 건물 옥상에 올랐다. ...
좀더 일찍 깨달았다면 농부가 되었을 것을제981호“어, 농촌총각 결혼지원 조례가 있네요.” 함께 화면을 보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찾던 학생이 말한다. 그래서 내용을 한번 클릭해보았다. ‘우아, 500만원! ○○야, 너는 저거 지원받으면 좋겠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나도 조례 내용을 자세히 보게 된다. ‘주소를 둔 지 3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
풍화의 운명 견뎌온 콘크리트 모성제981호‘직선은 인간에게 속하고 곡선은 신에게 속한다.’ 이 단순명료한 진술은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의 것이다. 신이 빚어낸 본래의 자연은 변화무쌍한 비유클리드의 세계다. 그러니 ‘두 점을 잇는 최단 거리의 선’ 따위의 수학적 정의는 그 안에서 어떤 물성도 갖지 못한다. 관념 속에나 존재하던...
‘도수코’ 악녀 없인 안 돼?제981호양면성의 매력을 잃은 악녀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이하 <도수코>) 시리즈의 인기 요인은 서바이벌쇼의 긴장감과 리얼리티쇼의 꾸밈없는 재미를 잘 조화시켰다는 데 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까다롭고 혹독하기로 유명한 미션과 트레이닝을 통해 도전자들의 열정...
그런즉 외모로 젠더를 예단 말지니제981호서울 이태원에 살 때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한 여성과 마주쳤다. 수줍은 표정에 치마를 입고 살랑살랑 뛰어가고 있었다. 표정이 예뻤던 그녀는 아마 호르몬 투여를 두어 달 했을 법했다. 아직은 ‘남성적 특질’이라고 불리는 흔적이 조금 더 두드러졌다. 슬픈 표현이지만,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이라면 그저 좀 ...
묵묵하니까 홍명보다제981호금주의 인물 가뭄에 시달리다, “정녕 금주의 인물은 단군 할아버지밖에 없단 말이냐” 푸념을 토하자 구둘래 편집팀장이 “다음주 인물로 세종대왕도 있어” 하시더라. 허탈한 마음에 몸도 허물어져 있으니, 최우성 편집장 오시어 한숨만 쉬신다. 임박한 마감에 비로소 처지가 비슷한 인물을 발견하고 안도하였으니, 이것…
늦바람 든 동생아, 이 책을 보거라제980호시대 상황에 어느 정도 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1976년에 입학해서 1989년에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력이 대략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것이다. 그런 내 동생도 나이가 들어가니 자연이 그리운가보다. 충북 괴산 근처 산골에 땅뙈기를 좀 마련하더니, 조카 이야기를 빌리자면 부부간 대화는 물론이고 사보는 책이...
씩씩하고 맑은 정신의 흔적들제980호이 이모부가 그 이모부일 줄은 몰랐다. 출판편집자로 일할 때 ‘이모부’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외주 교정자가 있었다. 단행본 출판계에서 믿고 맡길 만한 외주 교정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그는 일의 결과물도 남다르고, 손도 빠르며, 소통도 수월한 외주 교정 15년차 베테랑이었다. 아는 사람은 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