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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EBS국제다큐영화제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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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23 19:16 수정 : 2013-10-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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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추동하는 이야기를 보라

EBS 제공
다큐멘터리는 기록에 대한 욕망에서 시작된다. 이 장르에 가려진 진실과 사라져가는 것에 관한 작품이 유독 많은 것도, 그것이 가장 큰 기록의 추동력을 지닌 소재이기 때문이다.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에서 치매를 소재로 한 작품이 3편이나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의 어머니 그레텔> <마리안과 팸> 그리고 <애도일기>. 사라져가는 기억에 대한 이 3편의 기록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결국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비교해보면 감상이 몇 배로 흥미로워질 것 같다. 우선 ‘가족과 교육’ 섹션 상영작인 <나의 어머니 그레텔>과 <마리안과 팸>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아들인 감독이 카메라로 담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화법은 다르다. <나의 어머니 그레텔>은 정신을 상실해가는 어머니에게 질문을 던져 과거 이야기를 끌어옴으로써 존재의 소실을 통해 역설적으로 새로운 초상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마리안과 팸>은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난 화가 마리안과 같은 병으로 죽음을 앞둔 채 어머니에 대한 책을 쓰려는 마리안의 딸 팸, 그리고 팸의 작업을 도우며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어낸 아들 등 세 겹의 시선을 통해 기록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끝으로 ‘단편’ 섹션의 <애도일기>는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치매인 어머니와 딸의 좀더 내밀한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앞의 두 작품과 비교해 감상할 만하다.김선영 TV평론가


이상한 스포츠 경기 수집가의 컬렉션

지성의 뷔페란 게 있다면 이런 걸까? 한 달 동안 누워서 TV만 봐도 배가 부를 것 같다. 개막작인 에바 웨버의 <블랙아웃>부터 놓칠 수 없다. 예전 쿠바에 갔을 때 밤만 되면 깜깜한 골목의 흐릿한 가로등 아래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서아프리카 기니는 인구의 80%가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밤이면 공항, 주유소, 공원을 찾아와 공부를 한다고. 영화는 빛의 예술이라지만, 빛의 의미를 이만큼 절절히 알려줄 영화가 있을까? 다음은 나지브 미르자의 <부즈카시>. 중앙아시아의 전통 스포츠로, 팀을 이룬 선수들이 말을 타고 죽은 염소를 골대에 갖다놓는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가 원래 특이한 종류의 게임과 스포츠라면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다. 해외 토픽이나 케이블에서 스페인 북부 바스크족 전통의 스포츠, 320kg에 이르는 대형 타이어 뒤집기, 개들과 함께하는 스포츠 독 게임을 보여주면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부즈카시가 현대화되면서 상업화되는 현실도 다룬다고. 올림픽 종목에 포함시키거나 미국에 소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는데. 어쩌면 프로스포츠의 본질을 돌아볼 기회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헬름리히 남매의 <북해의 청어잡이>는 나의 ‘물고기 잡이 컬렉션’에 넣어야 한다. 이탈리아 연안의 참치잡이부터 중국의 가마우지 낚시까지를 소개한 KBS <슈퍼피쉬>, 일본의 참치잡이와 요리 문화를 다룬 채널J의 <일본인과 마구로>가 이미 이 컬렉션에 들어가 있다.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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