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아, 동생이 필요해?제1223호 “여보, 아랫배가 아파.” 며칠 전 아내가 임신 증상이 아닐까 의심했다. “설마 임신일 리가 있겠어?” 하며 안심시켰는데 기분이 영 묘했다. 도담이가 태어난 지 이제 겨우 1년4개월밖에 안 됐는데 둘째라니. 아무래도 상상이 쉽게 되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무심코 “둘째가 ...
설렘은 늙지 않는다제1223호 늘 첫사랑처럼 두근거리는 설렘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언제든 설렐 줄 아는 마음을 간직한다는 것은 인생의 크나큰 자산이다. 삶이 온통 회색빛으로 찌푸린 순간에도, 더는 내 앞에 희망의 길이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을 때도, 아주 사소한 무언가에도 설레는 심장이 있다는 것은 눈부신 축복이다. 설렘...
페미니즘을 노래하는 음악가 제1223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연락드려요. 잘 지내시죠?” 전화기 너머로 이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로 몇 년 만의 통화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언젠가부터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제가 책을 하나 냈거든요. 보내드리고 싶어서요.” 예전에 그가 쓴 팬덤 문화에 관한 책 &...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외 신간 안내제1222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김영선 지음, 한빛비즈 펴냄, 1만5천원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노동 현장에선 여전히 ‘저녁이 있는 삶’과는 요원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로사회에 젖어 우울증·과로사 등을 겪는 ‘시간마름병’은 법 개정 등 제도 변화로만 치유할 수 있을까? ‘시간 민주화’를 위한...
신비의 섬 생명들의 분투 제1222호다윈의 이론에 영감과 확신을 준 곳. 진화의 실험실, 생태의 보고, 갈라파고스제도는 과학자는 물론 평범한 시민들도 선망하는 곳이다. ‘생태전문 환경기자’인 조홍섭씨는 2016년 12월 말 30년 넘는 언론인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지인들과 갈라파고스를 여행했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뜻밖에도 갈라파고스 자연사를...
그들에게 학살은 유희였다제1222호 전쟁은 적과 싸우는 군인들의 전투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하는 것은 후방의 민간인이다. 한국전쟁 때 남한과 북한에서 남북한 정권에 살해당한 민간인 희생자는 남북한 군인 전사자의 두 배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 통계일 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남쪽...
모기야, 왜 그랬어제1222호 2017년 8월29일 화요일 <내 귀에 모기> “위잉∼슉.” 어제 마신 술이 채 깨지 않았는데, 모기 한 마리가 귓가를 맴돌다 귓속으로 들어갔다. “툭툭툭툭.” 창밖은 화창한 여름 아침인데 귓속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행 같이 가기 싫은 친구제1222호 아이 유치원 때인가 이웃이 아이들 데리고 하루이틀 자고 오는 여행을 제안했다. 나는 “글쎄요, 우리가 그렇게 친한지 잘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나와 내 아이다. 피붙이라고 꼭 좋은 여행 동반자는 아니거든. 잠시 당황한 이웃은 표정을 풀면서 한 방을 날렸다. “돌아보니 그런 것도 같네...
문어의 죽음에도 품위가 필요하다제1222호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세계의 유명 신경과학자들이 영국 케임브리지에 모여 깜짝 놀랄 만한 선언을 했다. 2012년 7월2일 발표된 이 문건의 이름은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 이제까지의 동물 의식 연구를 정리하면서 선언문은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린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신경해부...
닥치세요, 저 상처받았어요제1222호 여드름. 이 세 글자를 쓰는 게 괴로워 냉동실을 다 뒤집어 청소하고 다이소에서 붙일 데도 없는 스티커 따위를 12개나 사고 말았다. 이 세 글자를 쓸 때마다 수치심이 올라온다. 수치스럽다고 느끼는 사실이 또 수치스럽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무단 침입한 여드름은 첫 직장 다닐 때 창궐했다. 여드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