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추행을 침묵했던 나에게 제1228호오래 그런 줄 알았다. ‘나는 성폭력이나 성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지.’ 나 자신도 속여왔다는 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판결을 보고 알았다. 아예 기억을 도려내버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학을 막 졸업하고 몇 달, 지금은 사라진 환경단체에서 일했다. 40대 대표는 커피를 물처럼 ...
가짜 식탁은 가라제1228호 음식이 한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 지 오래다. 2018년 한국의 식탁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배신은 연인 관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식탁에서 일어나는 거짓은 조금 과장하면 모사가 판치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편의점이 부엌 찬장을 점령한 지 ...
임신 스트레스 말하면 안 되나요?제1228호 “임신은 기쁘기도 하지만 엄청 스트레스이기도 해요.” 네이버 웹툰 <아기 낳는 만화>의 주인공 쇼쇼는 임신을 한 뒤 몸과 마음이 힘들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피곤하고 계속 구역질이 났다. 불안증으로 2개월간 밤낮으로 울었다. 그제야 자신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
시운이 없으면 영웅도 소용없다제1227호 도대체 어떻게 독립을 쟁취한다는 말인가? 일본이 저토록 강대한데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과연 이길 수 있겠는가? 망명자들을 바라보는 속마음이 이랬다. 연해주로 몰려드는 망명자들을 보는 현지 동포들의 속마음 말이다. 러시아에 이주한 지 오래된 한인 동포들, 당시 말로 원호(元戶)들의 정서는 망명자들과 ...
넥스트의 힘제1227호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아시아 국가의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 평가(브랜드Z)에서는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5위다. 한국에서는 텐센트를 저평가하는 이들이 꽤 있다. 성공은 인정하지만, 그 과정이 좀 거시기하다는 거다. 베끼기 혹은 벤치마킹이 초기 성공...
내 자리를 돌리도~제1227호 ‘아이가 둘이 되는 것뿐, 지금과 다르겠어? 몸으로 때울 일이 두 배로 늘겠군.’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막연한 생각. 아니었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예상치 못한 일을 떠안았다. 아빠의 새 직책은 ‘누나와 동생 사이 분쟁과 갈등 조정위원’. “아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갈등...
더욱 인간적인 번역 제1227호‘핫 포테이토’(hot potato). 직역·의역 논쟁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주는 관용 표현 중 하나다. ‘뜨거운 감자’로 직역할 것인가, ‘까다로운 문제’로 의역할 것인가. 핫 포테이토가 영어의 관용 표현임을 아는 사람은(이미 한국에서도 관용 표현이 됐지만) 뜨거운 감자의 의미를 한국이 아니라 영어권의...
아픔을 품는 ‘연민의 방’ 제1227호 떨치지 못한 미련처럼 어젯밤 나는 에어컨을 끄지 못했다. 새벽에 눈을 떠서 창밖 너머 바람 소리를 듣지 않았더라면? 다행히도 나의 잠은 얇고 가늘어서 쉽게 찢어졌고 무심히 찾아온 손님 같은 밤바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꿈으로 꾸는, 숨겨진 방을 찾는 모험은 나이 들어...
폭염 디아스포라 제1227호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와 윌리엄 어니스트 보우먼의 <럼두들 등반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에어컨이 없다. 낡은 선풍기는 켜면 비행기 소리를 내는데 바람은 더운 휘파람이다. ‘여기는 비행기 1등석이다.’ 최면을 걸어 자보려 버둥거렸다. 등에 땀이 배어...
하루키 문학의 물음 제1227호‘무라카미 하루키’ 하면 내게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인상뿐이었다. 대학 시절 <상실의 시대>를 재미있게 읽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작가의 팬이 되거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어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엔 베스트셀러 작가에 대한 ‘괜한 반발심’ 때문에 오히려 더 멀어진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