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도 안전하지 않다제1232호2016~2017년 촛불혁명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헌법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킨 ‘명예혁명’이었다. 거리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불평등·차별 해소 같은 사회개혁 의제를 이루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한국 민주주의가 질적 도약을 했다는 것엔 이견이 없다. 시민정치의 효능을 경험한 입장에서 보면,...
이제야 읽는 소설 제1232호책을 많이 읽지도 못하지만, 읽는 책도 다양하지 못한 편이다. 주로 인문·사회로 분류되는 책에 관심이 많았고, 시와 소설 같은 문학 분야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막상 추천받아 문학서를 읽고 있다가도 이걸 왜 읽어야 하나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누가 내게 죄책감을 심어주었나제1232호혁은 사랑하는 이와 결혼을 앞두고 ‘그 짓’을 시작했다. 결혼 후 벌어질 불행한 사건들을 상세히 묘사해 연인에게 연달아 전자우편을 보냈고, 자신에 대한 무자비한 비난을 가득 적어 연인의 어머니에게 보냈다. 결별을 스스로 유도한 셈이다. 결혼은 파탄 났다. 실은 유사한 일을 이전에 몇 번 반복했다. 영은 남자...
도담 추석 수송 작전, 실패제1232호 비행기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추석 연휴 고속철도 KTX 예매 전쟁에 뛰어들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전사한 탓이다. 눈뜨자마자 기차표부터 사야 한다고 메모해도 소용없었다. 예매창이 열린 지 1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전날 다짐이 생각났고, KTX 누리집에 부랴부랴 접속했을 때는 이미 경쟁...
사과와 부동산제1232호 2016년 9월14일 <예쁜 사과> “사과가 열 개 있는데 너는 예쁘고 탐스러운 것과 못생기고 상처 입은 것 중 무엇을 먼저 먹겠냐?” 추석을 맞아 집에 갔는데 아버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감을 못 잡겠다는 표정을 짓는 내게 아버지는 말했다. ...
엄마, 왜 70점 받으면 안 돼? 제1232호 난이 몇 개 들어왔다. 여차저차 ‘스리쿠션’으로 떠안게 된 것들인데 현관 앞에 두고 노려보는 중이다. 난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차라리 네가 쪽파나 부추라면 얼마나 좋겠니. 난을 선물하는 게 역사와 맥락이 있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난을 보내기로 결정하는 사람이 난을 직접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서...
순간의 힘에 실려 하루가 간다제1232호 2년 전 봄, 선운산에 산벚꽃이 희끗희끗 피었다. 연녹색 아우성에 어질어질한 시절이었다. 그 산길을 올랐다. 머리는 떡이 됐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오리털 잠바를 벗어 질질 끌었다. 왜 떠났을까. 왜 변했을까. 평생이란 약속은 어디로 갔나. 비련을 혼자 짊어진 척하는데 남 보기엔 가요 메들리를 읊고 ...
평양냉면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제1232호평양냉면만큼 얘기가 풍성한 먹을거리가 있을까? <평양냉면> <냉면의 품격> 등 오로지 평양냉면만 다룬 책도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식탁에 올라 스타가 된 평양냉면은 ‘이젠 비둘기를 대신할 평화의 상징’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
붉은 깃발을 든 피의 전사들 제1232호 “난 너의 버자이너(질)에서 나왔지만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첫째가 며칠 전 내게 한 말이었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미레나를 끼고 지냈다. 미레나란, 자궁에 끼워놓은 루프에서 호르몬이 흘러나오도록 만든 피임기구로 보통 5년간 쓸 수 있다. 산부인과에 가서 삽입하고 나면 ...
동의 없는 성관계는 범죄인가 아닌가제1231호 ‘권력형 성폭력’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을 통해 성폭력 범죄를 처벌하는 현행법의 ‘위력 성폭력’ 개념이 다시 떠올랐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형법 제303조)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성폭력처벌법 제10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