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전하는 책의 진심제1227호이주란의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에서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동명의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제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다던 어떤 언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한때 그 언니와 많은 술을 마셨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소설 속 나에겐 아버지가 있다. 더 적확하게...
<헌법의 현장에서>외 신간 안내제1226호헌법의 현장에서 김선수 지음, 오월의봄 펴냄,1만8800원 진보적 노동 변호사 김선수 대법관이 지난 30년 동안 헌법재판을 하면서 작성한 변론을 묶었다. 언론관계법 날치기 처리 권한쟁의심판 사건 등 한국 사회에 사법 정의의 이정표를 세운 굵직한 사건들이 담겼다. 우리가 몰랐던 ...
당신의 침묵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제1226호유숙열 이프북스 대표가 오드리 로드(1934~1992)를 만난 때는 1984년 가을, 미국 뉴욕 헌터칼리지에서였다. 같은 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여성과 정치변화’ 강의에 게스트로 나온 로드는 유 대표가 쓴 ‘황인종 여성이 쓴 시’(A Poem by a Yellow W...
‘삑’ 결제 소리에 ‘만세’제1226호도담이는 대중교통만 타면 울었다. 목청이 얼마나 좋은지 울음소리가 청명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타자마자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까닭에 아내와 나는 목적지에 채 도착하기 전에 내려야 했다. 택시는 더했다. 운전에 방해될까 “거의 다 도착했어. 조금만 참아”라고 말하며 연신…
‘뭉갬의 끝판왕’을 뭉개라 제1226호 휴대전화가 울리는데 ㄱ은 발신자를 보고는 받지 않았다. 장인이란다. 말을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어르신들이 있으니… 바쁜 시간이라 그런가 했는데 거절 문자조차 보내지 않고 계속 울리게 두는 건 의아했다. 며칠 뒤 대화 중에 휴대전화가 또 들들댔다. 이번에는 어머니란다. 짐작되는 용건이라며 역시 받지 ...
절망서 건져올린 뮤직 테라피 제1226호 록밴드 린킨 파크의 등장은 참으로 신선했다. 록에다 랩을 결합해 ‘뉴메탈’ 장르라는 음악을 들고나왔다. 이들이 2000년 발표한 데뷔 앨범 제목부터 《하이브리드 시어리》(Hybrid Theory), 다시 말해 ‘혼종 이론’이다. 밴드에는 체스터 베닝턴이라는 걸출한 보컬 말고도 마이크 ...
‘조직’을 버리고 ‘나’를 찾았다제1226호 “너는 조직생활 못하겠다!” “너는 사회성이 부족하구나.” “모나게 굴지 마, 정 맞는 건 너야.” 이런 이야기를 평생 듣고 살아온 나는 조직생활을 잘해낼 거라는 기대 자체를 접고 살아왔다.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조직생활을 버텨낼 수 없을 것이라는 자기인식 때문이었다. 심지어 대학이나 대학...
<노년에 대하여> 외 신간 안내제1225호<노년에 대하여> 윌 듀런트 지음, 김승옥 옮김, 민음사 펴냄, 1만4800원 <뉴욕타임스>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역사가’로 꼽은 윌 듀런트의 에세이. 22편의 짤막한 글은 삶과 죽음, 청춘과 노년 등 인생의 여러 단계를 통과하면서 마주...
도화지에 그린 ‘아픔의 기록’ 제1225호‘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그림이 있다. 하얀 목련꽃 뒤에 서 있는 한복 입은 소녀로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못다 핀 꽃>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김 할머니가 피지 못한 목련을 자신과 동일시해 그린 이 그림은, 소녀의 알 수 없는 표정에서 풍기는 애잔한 정서가 보는 이들...
아기 고래야, 제발 가라앉지 마제1225호 아주머니는 메티스(혼혈)였다. 아메리칸인디언과 프랑스 이민자의 후손인 그녀는 10시간을 달려도 지평선에 닿지 않는 캐나다 프레리의 한 소도시에 살았다. 그녀는 가끔 반려견 ‘바클리’와 함께 빨랫감을 들고 내가 사는 2층의 세탁실에 올라왔다. 그날 밤 바클리가 밤새 울부짖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