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못해서 다행이다제1219호<나는 공부를 못해>의 도키다 히데미는 제멋대로 사는 고등학생이다. “나는 공부를 못해”라는 말을 자랑처럼 떠벌린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딱 질색이라 어른 말을 무시하기 일쑤다. 똑똑한 어른 말보단 잘생긴 어른 말을 더 신뢰해, 강압적인 선생 앞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침묵은 멋진 ...
개척리 살인 사건제1219호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개척리에 있는 한 가정집에서였다. 1910년 1월23일 늦은 저녁이었다. 추위가 절정에 달한, 겨울이 깊은 때였다. 이른바 ‘일한병합’으로 대한제국이 멸망하던 바로 그해였다. 나라가 망하기 불과 7개월 전이었다. 국제 정세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주검을 연료로 쓰시겠습니까?제1219호 딱 1년 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세계를 ‘멘붕’에 빠뜨렸다. 미국이 갑작스레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것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를 ‘존재하지도 않는’ ‘완전한 사기’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트럼프도 그중 하나였다. 트럼프의 생각과 반대로, 지난 3월 세계은행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5...
마음만은 보스턴 마라토너제1219호 지난 한 주 내 일상에 ‘떡볶이의 저주’로밖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전정윤의 작심 4주’ 3회에서 홈트레이닝(홈트) 덕에 “떡볶이에 대한 에로스가 사라졌다”며 떡볶이와 ‘30년 영혼의 단짝’ 관계를 공개 청산한 지 꼴랑 하루 뒤부터였다. 시작은 토요일이던 6월23일. 평소 서울...
소의 사생활제1218호한밤중 갑자기 큰 울음소리가 들린다. 배가 고프다는 뜻일까? 아픈 것일까?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서 쓰다듬어보니 ‘아라민타’라는 것을 알겠다. 젖이 퉁퉁 불어 있다. 젖을 짜주면 괜찮겠지 했는데 계속 고통스러워한다. 뭔가 사람에게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다. 혹시 새끼에게 무슨 ...
누가 이들을 죽음의 구덩이로 몰았나제1218호 사진&#10102;을 보자. 1950년 7월 초순에 찍은 것으로, 오른쪽 깊은 구덩이 앞쪽에 주검 수십 구가 널브러져 있다. 맨 왼쪽 언뜻 보이는 남자는 엎드린 남자의 두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 남자를 앞으로 밀어넣으려 한다. 그 순간 발목을 잡힌 남자가 옆으로 휙 돌아본다....
떡볶이에 대한 에로스가 사라졌다제1218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니…. 최근 발행된 책 제목을 보고 ‘편집자가 최소 천재’라고 생각했다. 스트레스 받을 때, 우울할 때, 만사 귀찮을 때, 그래서 살고자 하는 기운이 시들해질 때조차 절대 꺾이지 않는 ‘떡볶이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이리도 잘 표현할 수 있다니 그저 경탄할 뿐이다. 19...
기적의 직립보행제1218호 도담이는 느리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출산 예정일을 보름이나 지나도 나올 기미가 없었다. 출산할 때 제 엄마가 아무리 힘을 줘도 코빼기도 내밀지 않았다. 아내도,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기진맥진했다. 아내는 힘은 힘대로 빼고 고통은 고통대로 느낀 뒤 수술을 받았다. 태어나 16개월이 지난 지금도 도담...
조카크레파스십팔색의 세계로제1218호 지방선거 막바지에 불거진 유력 후보의 거짓말 스캔들을 보다가 “족구하라 그래(1.5배속)”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창 표현에 민감한 틴에이저 딸아이가 내막을 묻기에 아는 대로 ‘교육적으로’ 설명했더니 아이가 ‘조카크레파스십팔색’ 유의 몇 가지 더 적절한 표현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요즘 아이들의 버라이어티…
아버지의 마음을 안다는 착각제1218호 75살 아버지가 새로 산 휴대전화를 들고 몸부림 중이다. “하이 빅스비, 김소민에게 반갑다고 문자 보내줘.” 아버지는 옆방에 있는 나한테 물었다. “문자 갔냐?” “안 왔어요.” “하이 빅스비, 문자 보내주세요.” “안 왔다니까요.” “빅스비, 문자 보내!” “안 왔어요.” “빅스비! 이제 불러도 대답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