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먹고 자란 외눈 고양이제1216호 많은 사람이 오가는 대만 타이베이 화시제 한복판에서 검은 고양이를 만났다. 나와 눈을 맞추고 녀석은 “냐앙~” 하고 길게 운다. 가만 보니 한쪽 눈이 없다. 나를 올려다보는 슬픈 눈의 고양이. 배가 고파서 그런가? 나는 냥냥거리는 녀석을 거리에 두고 30m쯤 위 포장마차에서 꼬치어묵을 하나 사왔...
자연이 니 앱이다제1216호 이번 겨울부터 아이 자라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그림책 읽는 것처럼 아이와 아이패드를 만지며 놀았다(‘아이’와 ‘아이’패드라). 디지털로 함께 노는 아빠라고 나름 자부심도 느꼈더랬다. 지금은 어림없는 일이 되었다. 이 친구도 자립심이 생긴 것이다. 자기가 아이패드를 ...
‘공부 잘하는 큰딸’은 왜 삐딱선 탔나제1216호 “저게 말이 되냐!”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보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서서 씩씩거리는 나를, 엄마는 참외를 먹다 쳐다봤다. 여주인공 윤진아의 연애를 반대하는 극중 어머니가 딸 잡으러 한밤에 딸의 남자친구 집으로 쳐들어가는 장면에서였다. “다...
‘마녀’를 충동한 ‘철녀’제1216호 얼마 전부터 또래, 그러니까 마흔 언저리 친구와 직장 선후배 ‘여성’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책 한 권을 공유하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출판사 에디터로 13년을 살다가 고혈압과 스트레스, 저질 체력만 남은 저자가 나이 마흔에 운동을 시작해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에 15차례나 출전...
“내 팔다리는 아나키즘”을 외쳤다제1216호5월 말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카피를 내세운 책 <마녀체력>을 읽곤 “당장” 운동을 시작하리라 마음먹었다. ‘당장’이라 함은 ‘일이 일어난 바로 직후의 빠른 시간’인데, ‘나의 당장’은 그럴듯한 핑계를 통해 ‘차일피일’이라는 말로 또 바뀌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기사가 한두 개쯤...
<강원도의 맛>외 신간 안내제1215호강원도의 맛 전순예 지음, 송송책방 펴냄, 1만6천원 <한겨레21>에 2년간 연재한 칼럼 ‘강원도의 맛’을 책으로 엮었다. 73살 전순예 작가는 1950~60년대 강원도 산골의 풍경과 그때 해먹던 꽁치구이, 곤드레밥 등 음식 이야기를 버무렸다. 추억을 부르는 맛이...
78년생 J제1215호조남주 작가가 이후 2년 만에 신작 <그녀 이름은>(다산책방 펴냄)으로 돌아왔다. 앞선 소설에서 많은 여성에게 때로 불편했지만 지나쳐버렸던 일들이 뿌리 깊은 차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페미니즘 열풍을 이끈 그는 이번에도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11살에게 배우다제1215호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무언가에 대한 글을 쓰면 자꾸 그 일이 하고 싶어진다. 3차원(3D) 프린터에 대해 쓰면 3D 프린터를, 로봇강아지 이야기를 하면 로봇강아지를 사고 싶다. 글을 쓰다 사게 된 제품은 스마트폰, 컴퓨터, 음성 인식 스피커 등 한둘이 아니다. 게임에 대한 ...
또 다른 도담이를 위한 약속제1215호 “도담이는 뭘 먹나.”(박원순) “도담이는 미역국에 밥 말아 먹어요.”(도담 엄마)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5월19일 우리 집에 왔다. 마을에서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4호’라고 이르는 우리 집은 공공주택이다. 박 후보는 공공주택 2층에 입주한 공동육아...
‘냅도’의 경지제1215호 올 것이 왔다. 호르몬의 몹쓸 농간. 옳은 소리라도 좀 길게 한다 싶으면 영락없이 한 옥타브 낮은 어조로 “어”라는 답이 돌아온다. 두어 번 반복될라치면 대답은 점점 더 낮고 짧아진다. 교과서나 준비물은 놓고 가도 틴트나 립밤은 챙겨가는 소녀시대에 접어든 내 딸은 점점 다른 아이가 되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