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아, 네 방 생긴다제1212호 “아직 없는데 노력하고 있어요.” 4년 전 아내와 나는 공동주택을 함께 짓기로 한 마을 사람들에게서 아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대답했다. 총 11가구 가운데 우리를 포함해 두 가구만 자녀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세 식구가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우리가 살 집을 직접 설계할 때 아이가 지낼 공간을 전혀 고려하지...
‘사추기’의 광란이 시작됐다제1212호 사춘기는 이것에 비하면 별게 아니었다. ‘사추기’는 진짜 무섭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인생 절반에 받은 성적표가 온통 ‘양·가’로 가득 찬 절망감이 급습한다. 어딘지 모를 곳에 불시착해버린 듯한 황당함이 몰아쳤다. 회사도 그 누구도 나한테 잘못하지 않았는데 성질이 났다. 돌이켜보면 나한테 화가 ...
이상한 나라의 천기누설제1212호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MBC)는 며느리들이 ‘시월드’에서 겪는 갈등을 관찰 카메라로 보여주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파일럿(시험 제작)으로 3회가 방송된 뒤, 화제를 모아 6월 정규편성을 앞두고 있다. 흔히 말하는 ‘고부 갈등’의 역사는 유구하다. 시월드 잔혹담이나 며느리 수난...
낮고 작은 것이 귀하고 강하다제1212호‘산다는 건 이렇게 슬픈 일일까’ 어린 마음에도, 책장을 넘기다보면 그런 생각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사과나무밭 달님>(1978), <몽실언니>(1984), <초가집이 있던 마을>(1985)…. 가난하고 힘없어 떠밀...
신이 매기에게서 훔쳐간 것들제1212호매기 모런은 어느 노인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죽어서 천국에 가면 생전에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담은 자루를 건네받을 수 있다고,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것까지 모조리 돌려받을 수 있다고. 심지어 아무 거리낌 없이 남에게 주었다가 다시 돌려받고 싶었던 물건도 전부 되찾을 수 있다고. 처음 들었을 때,...
‘격의 있는’ 거리를 두자제1212호 김정숙-리설주 만남을 ‘다정한 고부간’으로 묘사하는 언론은 보이지 않았다. 남북 정상 간의 대화 모습, 두 여사의 나이 등을 생각하면 그리 표현해도 무방할 듯한데 말이다. 설마 ‘고부간’이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인 어감이라서 자기 검열을? 그럴 리가. ‘학교 재량휴업일, 직장맘은 속앓이’ 이런 표현을 여전...
육아에 지친 마음을 토닥토닥제1212호“작가님, 왜 이렇게 웃기신 겁니까? 이렇게 진지하고 짠한 주제로 이렇게 사람 배꼽 잡게 하셔도 되는 겁니까?” 소설가 장강명이 <엄마의 독서>(정아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원고를 읽으며 몇 번이나 중얼거린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한참을 읽는 동안 이 말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외 신간 안내제1211호<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정윤수 외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1만3천원 인권연대가 2017년 진행한 ‘인권교육 직무 연수’의 주요 강의와 질의응답을 엮었다. 성별·연령·학벌·직업·신념·재산·문화·국적 등의 차이를 이유로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정당한지...
‘예스맨’ 노노노!제1211호 거절은 아프다. 거절당하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그런데 반드시 거절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 내 가치관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 내가 정하는 내 인생의 방향과 직접 상관없는 것은 거절할수록 더욱 바람직하다. 거절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이 되는 ...
사람과 땅, 만남의 미학제1211호 땅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남북의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지요. 새끼손가락만 한 높이의 콘크리트 군사분계선을 두 사람이 손잡고 넘나들 때, 땅이 보였습니다. 장풍득수(藏風得水). 바람을 감추고 물을 얻는다…. 분단의 귀신바람이 잦아들고 소살소살 속삭이듯 해빙의 물이 흘러 남북을 적십니다. 자연의 이치이며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