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여성이라서 노예계급이 됐다제1262호“낙태가 죄라면 국가가 범인이다.”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온 여성들이 ‘낙태죄 폐지’를 외쳤다. 온라인에서는 임신 중단 경험을 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1953년에 제정된 낙태죄는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그들의 자기결정권을 무참히 짓밟아버렸기 때문이다. ...
낮고 외롭고 따뜻한 온기제1262호평생 반지하 월세방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여자 네 명. 이혼한 지 한참 지나서도 1년에 여덟 번 돌아오는 남편 조상들의 제사를 꼬박꼬박 치르는 엄마. 5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큰딸(진영), 아르바이트하며 틈틈이 만화를 그리는 둘째 딸(선영),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는 셋째 ...
방탄에서 ‘그것’을 발견하는 은총제1262호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처음엔 그냥 궁금해서 봤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방송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마이크 드롭>을 부르는 장면이다. 100번 돌려봤다. 왜 똑같은 걸 계속 보고 있는지 잘 모른다. 유튜버들이 그 공연 장면을 보며 감격하는...
표현의 최전선에서 20년제1262호고봉수 감독은 18살 연하의 은비와 사귀고 있다. 은비 친구들은 남자친구 욕을 해대고, 연애를 반대하기 위해 미국에 있던 언니가 들어오고, 베트남 참전 군인인 은비 아버지는 감독에게 주먹을 날린다. 5월2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 고봉수 감독이 들고 온 페이크다큐 <갈까부다>...
‘취향’ 따위로 감히 ‘문학’을 설명하다제1261호‘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미투 운동’ 등의 사태를 겪으며 퍼진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꿨다. 문화예술계는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인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 한국 문학과 비평계가 찬양해 마지않던 ‘남성중심주의’ 문학도 다시 읽히고 있다. 진보문학의 위대한 성취로 평가됐던 소설…
누구나 처음이 있다제1261호“팀장 승진 심사를 앞두고 이번에는 되도록 여성을 뽑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반대를 이기지 못했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문제는 그렇다 쳐도 압박이 큰 업무를 맡아 처리한 경험이나 여러 파트와 협업한 경험이 없다보니 팀장을 맡기기엔 조금 불안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발표가 나자 여성 직원들의 실망이 큰 것 …
평범하기는 애초부터 틀려먹었다제1261호특별하다. 보통보다 머리 하나쯤 솟은 큰 키, 좀처럼 닮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얼굴, 제아무리 ‘금천구 체육센터’가 쓰인 탈개성의 티셔츠 안에 꾹꾹 눌러 담아도 이광수는 단박에 눈에 띄는 사람이다. 전국팔도 어느 동네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이웃을 연기하기엔 애초부터 틀려먹었고, 무엇이든 그려넣을...
‘엔드 게임’의 절대 전략 ‘앤드 게임’제1261호한국은 전세계 몇 안 되는 <스타워즈> 불모지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미국에서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인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국 성적은 늘 초라하기 짝이 없다. 같은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지만 &#8203;4월2...
골뱅이 먹고 살아난 캐리 제1261호나는 스물두 살 겨울 장티푸스에 걸려 몇 달을 앓아누운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보니 창호지 문살 위 세 칸에 해가 비치고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오후 3시인데, 내일 오후 3시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작은 문살 세 칸에 해가 비추는 것이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하고...
어머니를 보내는 또 다른 애도제1261호“신혼 초에 너그 할아버지가 나 보는 앞에서 니네 아버지를 때리더라. 내가 그때부터 너그 최씨네 집안을….” ‘니네 아버지’가 평생 얼마나 미웠는지 줄줄이 쏟아내다가 순서도 없이 폴짝 신혼 시절로 날아가 한 무더기를 푸는 대목이었는데, 이 장면에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새색시 보는 데서 아버지의 폭력을 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