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4월28일 서울 시내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관객이 어벤져스 캐릭터와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시리즈 영화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이것이 가능하도록 마블은 ‘크리에이티브 위원회’라는 부서를 만들어 MCU의 모든 이야기를 총괄하도록 했다. 장기적이고도 일관된 구상을 통해 하나의 유니버스 안에 모든 슈퍼히어로를 쓸어담는 것으로 방향을 다잡았다. 감독이나 제작사에 따라 원작 코믹스(만화)를 독자적으로 해석했던 것과는 달리, 전체 영화가 하나의 노선을 유지하면서 세계의 부피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으로 지금의 큰 그림을 설계했다. 각 영화의 주역들은 다른 영화의 조연이 되어 등장하거나, 조연으로 처음 선보였던 인물이 자기 이름을 앞세운 영화의 단독 주연으로 나서기도 했다. 예컨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처음 나왔던 블랙팬서와 스파이더맨은 곧 자기 이름을 내세운 영화에서 활약했다. 이 경우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히어로들이 모일 때 생기는 불균질한 느낌을 줄이는 효과도 생긴다. 영화 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후속 영화에 대한 관심까지 커진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영화가 지닌 특별한 색깔을 유지한다. 한마디로 흩어져도 살고 뭉치면 더 잘 살게 된 것이다. MCU의 대안 세계 전략은 이제 모든 시리즈 영화가 따라하고 있다. MCU와는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한 마블의 넷플릭스(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 <디펜더스> 시리즈 역시 <데어 데블> <루크 케이지>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등을 선보이고 이를 합일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되밟았다. 마블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인 디즈니 또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양한 시대, 다채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던 방식에 더 힘을 기울이면서 다각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마블과 코믹스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DC코믹스도 뒤늦게나마 유니버스를 천명하며 슈퍼맨과 배트맨의 세계를 스크린 안에 모았다. 소니 역시 <베놈>을 기점으로 마블의 다른 히어로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 대안 세계를 설계하고 있다. 전작 ‘떡밥’이 후속작서 ‘반전’으로 MCU 영화의 캐릭터들은 보통 영웅들과는 달리, 강대한 적을 두고 협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목도 한다. 여느 인간처럼 질투하고 토라지기도 하며 갈등을 겪다 화해하고 반성하고 마침내 성장한다. 특히 <엔드게임>에서 시리즈의 ‘진(眞) 주인공’이었음을 확증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앞서 언급한 거의 모든 인간적인 면모를 집약한 자유분방한 캐릭터에서 시작해, 마침내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성장한 진짜 영웅이 되어 최종장에 의미 있는 방점을 찍었다. 인간적이고도 변덕스러운 면모가 오히려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모든 이들을 한데 모았으니 당연히 캐릭터마다 비중에 차이가 나기 마련이지만, 비교적 고른 배분이었다는 평가 역시 단순히 거대한 규모만이 최종 목적은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물론 ‘최애 캐릭터’를 향한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을 남겼을 테지만. 내내 감정에 휘둘리다 결국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인간적’ 싸움이었기에 수많은 캐릭터는 단순히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살아 있는 인간으로 남게 되었다. 작품이 연계되면서 만들어내는 재미도 간과할 수 없다. 각 작품의 감독은 다르지만 이전 영화에 나왔던 알 듯 모를 듯한 대사나 단서가 새 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큰 그림은 더욱 복잡한 플롯(구성)을 보인다. 이른바 ‘떡밥’이라는 복선을 통해 각 작품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차기작 집중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과거 작품마저 복기하도록 이끄는 작품의 태도는 영화 뒷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익숙한 원작 코믹스의 설정을 뒤집는 파격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언맨> 시리즈 사상 최강의 적이라던 만다린은 <아이언맨3>에서 테러 집단의 대외 선전에 동원된 배우에 불과했으며, 코믹스에서는 늘 테러를 일삼던 외계 종족 스크럴은 <캡틴 마블>에서 안식처를 잃은 난민으로 그려지며 관객의 예상을 기분 좋게 배신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IMD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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