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왕에서 축구왕으로?제1260호도담이는 눈만 뜨면 걷는다. 계단을 조심조심 오르고, 내려올 때는 나와 아내의 손을 꼭 잡는다. 걷다가 힘들면 벽에 기대어 “휴” 하고 숨을 내쉰다. 양팔을 벌려 안아주겠다고 하면 도담이는 두 손을 좌우로 흔들며 안기기를 거절한다. 남들보다 한참 늦게 두 발로 섰지만, 눈에 힘을 주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우리는 모두 인생의 견습생 제1259호옌즈(‘제비’라는 뜻)라는 이름의 소녀가 있었다. 10년 전쯤 산시성 핑야오 고성의 한 식당에서 만난 소녀다. 열일곱 살 옌즈는 그 식당의 어린 종업원이었다. “어서 오세요. 핑야오 고성에는 처음 오신 건가요?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제비처럼 날랜 동작으로 다가와서 메뉴판을 건넨 옌즈의 입에서 튀어나온...
<희망 대신 욕망> 외 신간안내제1259호희망 대신 욕망 김원영 지음, 푸른숲 펴냄, 1만6천원 수시로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는 변호사의 첫 책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의 개정판. 장애를 극복해본 적은 없지만 세계가 장애에 적응해가는 변화를 목격하는 ‘특별한’ 과정을 ...
떴다 보아라 안창남제1259호거센 바람이 불던 시절이었다. 근대화의 바람. 폭력과 압제의 바람. 일제에 짓눌린 암울한 시기였지만 선진 문명의 바람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날고 싶은 젊은이들도 있었다. 안창남(1901~30)도 그랬다. 일본 특파원 출신인 현직 기자가 쓴 <안창남-서른 해의 불꽃같은 삶>(길윤형 지음...
싸우는 여자, 무시무시한 생존자제1259호“아뇨, 차세대 톰 크루즈가 아니에요. 그냥 저죠, 첫 번째의.”(No, I’ll be the first me, not the next Tom Cruise.) 어벤져스 군단의 새 멤버, ‘캡틴 마블’ 역의 브리 라슨은 영화 속 액션 ...
그때 밥해줄걸제1259호*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실린 단편 ‘별것 아닌 거 같지만, 도움이 되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고의 위로를 떠올리면 설거지하는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친구는 살림에 취미가 없었다. 싱크대가 터질 듯 그릇이 쌓여야 물을 틀었다. 그날, 나는 그 친구의 일곱 살짜리 아들 방을 차지하고 ...
아이 얼굴은 장미제1259호봄이다. “아빠랑 꽃 보러 가자.” 첫째님을 목말 태우고 공원으로 뒷산으로. 지난주에 매화를 보여줬다. “매하꼬(매화꽃)!” 다음날은 벚꽃. “매하꼬!” “아니야, 이건 벚꽃이야.” 그러고 보니 만 세 살 아이가 꽃을 구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실 나부터도 자신이 없다. “너 철쭉하고 진달래는 ...
서로의 소리를 기다리는 소리제1259호“힘들지?” 지휘자 이원숙 선생님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마음을 살핀다. “선생님이 더 힘든 거 아니에요?” 단원들은 되레 이 선생님을 걱정한다. 이 선생님이 웃으며 말한다. “우리가 고생한 만큼 더 예쁜 소리가 나올 거야. 다시 처음부터 해보자.” 그의 지휘에 맞춰 바이올린, 클래식기타, 첼로, 클라리넷,...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외 신간안내제1258호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창비 펴냄, 1만6천원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네 번째 책. 생존자 가족 등 57명이 겪은 지난 5년의 경험과 감정을 기록한 절절한 증언집이다. 세월호 참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컨베이어벨트 위, 벗은 발제1258호<버선발 이야기>(오마이북 펴냄)라기에 어머니에 관한 글이 아닐까 짐작했다. 할아버지 백기완은 이따금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들려주곤 했으니까. 백 선생 어머니의 시대라면 틀림없이 양말 아닌 버선을 신지 않았겠는가. 막연한 짐작은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늙은 투사 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