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그 치명적인 매력제1254호공교롭게도, 알코올 향기 물씬 나는 책들이 동시에 나왔다. 지은이의 경력은 다 다르다. <술 취한 원숭이>를 쓴 로버트 더들리는 미국의 생물학자이고,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의 저자 루스 볼은 화학을 공부한 영국의 주류 제조 전문가이며 <술에 취한 세계사>...
코끼리가 그린 코끼리 제1254호코끼리가 그림을 그린다. 긴 코로 붓질을 한다. 아래로 곧게 향하는 직선, 부드럽게 휘어 올라가는 곡선, 강약이 조절된 붓 터치. 마침내 푸른색 코끼리 한 마리가 캔버스에 나타난다. 여백도 적당하고 색깔 배치도 완벽하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로 수백만 건 조회된 이 영상을 보고 놀랐다. 아무리 코끼리가 영리하다...
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제1254호*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 스포일러가 있음. ‘절대 성질부리지 말자.’ 엄마가 고희를 맞았다. 부모님은 집을 옮기고 남은 돈으로 가족 크루즈 여행을 가자고 했다. 4박5일 동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를 도는 유격훈련 패키지 여행이다. ‘돈도 못 보태면서 까탈 부리면, ...
차별과 야만의 시대, 노래는 접고 붓글로제1254호 사무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탁자 위에 둘둘 말린 종이 꾸러미가 올라왔다. 본격적으로 인터뷰하기 전 그걸 조심스레 하나씩 펼쳐 보이며 설명이 이어졌다. 요즘 말로 캘리그래피라 하는, 작가 스스로는 ‘붓글’이라 하는 작품들이었다. 한자로 쓴 작품은 하나하나 해석해주고, 마치 잠언처럼 짧게 쓰인...
기본소득에 한 표를!제1253호원더박스 구성원이 되기 전, 내게 원더박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이었다.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의 정치 자서전이다. 다음 대선은 2020년 11월에 있지만, 미국 정가는 이미 예비후보자들의 출마...
두 밤 자고 집에 가자제1253호“도담아!” 중환자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도담이는 환자 침대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눈도 볼도 퉁퉁 부어 ‘호빵맨’이 따로 없었다. 큰 침대와 대비돼 아이의 몸은 유난히 작아 보였고 그 모습이 병든 작은 새 같았다. 울컥한 우리는 도담이를 거듭 불렀지만 아이는 마취에서 덜 깼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릴 뿐이다. ...
일하는 여자의 옷은 ‘남자처럼’?제1253호“새로 온 본부장은 여직원들의 외모에 대한 기준이 확고하다. 짧은 머리에 바지, 단화를 권장하고 치마 차림에는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일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가 차림새에서부터 드러난다며 회의 때마다 팀장들의 관리를 당부한다.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고 팀원들에게 뭐라 전해야 할지도 고민스럽다…
<다가오는 말들> 외 신간안내제1253호다가오는 말들 은유 지음, 어크로스 펴냄, 1만5천원 ‘글 쓰는 사람’ 은유는 말한다. 우리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때 내가 가진 편견이 깨지고 자기 삶이 확장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한다고. 그 경험으로 이끄는 건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이다. 여자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
누구라도 미워할 수 있어 제1253호청소년은 이따금 무섭다. 그의 눈은 간혹 적의로 이글거린다. 그는 불분명하고 맹목적인 이유로 친구를, 선생님을, 부모님을 미워한다. ‘왕따’는 청소년 특유의 모호한 적의가 비합리적으로 표현된 결과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적의는 세상에 향한 원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청년의 술자리가 흥건해질 무렵,...
이건 그냥 작은 눈이 아니야제1253호 취업 면접에서 줄줄이 떨어질 때였다. 멍하게 누워 형광등을 보고 있었다. “엄마, 나 쌍꺼풀 수술할까?” “그럴래?” 이건 뭐지? 왜 이렇게 반색하지? 갑자기 설움이 폭발해 발악했다. “엄마라도 안 해도 된다고 해야지! 지금 그대로 예쁘다고 해야지!” 당황한 엄마가 상황 수습에 나섰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