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김민주씨가 점자 악보를 손으로 읽는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애가 아닌 삶의 속도 차이 영화는 개성 강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일상을 전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이 빠지는 꿈을 자주 꾼다”는 고민 많은 바이올린 전공 김수진씨, “패러글라이딩도,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싶다”는 호기심 많은 첼로 전공 김민주씨, 클래식기타를 전공하며 타인의 별명 짓기가 취미인 심환씨, 피아노 페달이 아직 닿지 않는 최연소 단원 10살 김건호군 등 주인공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전한다. 그들은 바로 단원들을 이끌어주는 선생님, 연습을 도와주는 봉사자들, 무대 뒤 스태프처럼 지원해주는 부모님이다. 이들은 옆에서 아이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영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가 아닌 각기 다른 ‘삶의 속도’를 보여준다. 오케스트라 단원들 실력이 개개인마다 다르니 연주를 위해서는 서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씨는 말한다. “(시각장애인) 저희보다 지적장애인분들이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해요. 계속 연습해도 다시 제자리인 경우가 많아요. 이번에 연습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연습 때 나아진 게 없는 것 같고. 그런데 선생님들은 힘들고 몸이 안 좋을 때도 있을 텐데 그래도 연습을 계속해요. 포기하지 않으세요.” 김씨도 오케스트라를 하며 다른 장애를 이해하고 알게 됐단다. 다른 이들의 속도를 알고 기다려주고 같이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 “뷰티플마인드 사람들이 모두 훈훈하고 따뜻해요. 영화에서 피아노 선생님이 ‘뷰티플 마인드’가 좋은 바이러스처럼 퍼졌으면 좋겠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영화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으로 아파하는 부모의 깊은 속내도 오롯이 전한다. 비올라를 전공하는 조현성씨의 어머니 이인숙씨는 영화 인터뷰에서 힘겹게 상처를 이야기한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현성이를 보던 차가운 시선을, “쟤 이상해, 장애아인가봐”라고 비하하는 이의 말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이씨는 “20년 넘게 그런 시선을 받아왔는데….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지금도 힘겹다”고 털어놓는다. 손 감독은 지난해 4개월간 촬영하며 잊히지 않은 순간이 있다. 발달장애인 심환씨와 그의 아버지가 함께 기타를 연주하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환이네 집에 갔더니 기타가 두 개 있는 거예요. 아버님에게 아들과 듀엣 연주를 하냐고 물었더니 그런다고 하셔서 연주를 부탁했어요. <아베마리아>를 연주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 영상으로 담았어요. 그때 촬영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이분들을 잘 모르는 상태였죠. 그런데도 연주를 들으며 둘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쌓여 이들이 연주할 수 있게 되었을지 알 것 같았어요. 둘이 음악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분위기를 영화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잘한다는 것은 조 음악감독은 클라리넷을 전공하는 발달장애 김범순씨의 어머니 안선희씨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범순이의 어머니가 인터뷰에서 ‘힘들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범순이가 있어서 가족이 더 많은 대화를 해요. 범순이는 축복의 통로예요’라고 말해요. 그것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 같아요.” 영화 제목이 말하는 ‘아름다운 마음’은 범순이 어머니가 범순이를 바라보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뷰티플 마인드>는 느리지만 한발 한발 함께 걸어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회를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들의 마음에는 “우리가 함께하는 게 진짜 잘하는 거야. 소리를 맞춰가는 것, 서로의 소리를 듣고 가는 것, 이걸 잊으면 안 돼”라는 지휘자 선생님의 말이 담겼다. 서로의 차이에 귀 기울이고 다른 속도를 가진 이들을 기다리고, 화음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만의 하모니로 들려준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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