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 알아 듣겄으모 소리내 읽어라 제1267호“‘누나예, 울 오매는 날 보믄 만날 아야야 칸다’ 그카더랍니다. 아들 오먼 아파라, 아야야 카긴 카지. 날만 보먼 그칸다고 크일이라 칸다. 그카믄 지 가고 혼차 내헌테다 대고 아야야 그캐야 되나? 들을 사람 있을 때 아야야를 하는 거제, 하하하.” 두 번째 결혼에서 마흔 줄에 얻은 아이...
‘경험 소비’ 오래된 책방은 알고 있다제1267호2015년 10월, 도쿄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거리 시부야에 책방 겸 카페 ‘셸프67’(shelf67)이 문을 열었다. 67은 6층과 7층을 뜻하는데 셸프67은 건물 2층 높이의 거대한 책장 구조로 돼 있다. 마치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
바람아 거세게 불어라제1267호2008년 1월12일 토요일 “쾅! 우르르” 포탄이 떨어진 듯한 굉음에 깜짝 놀라 잠이 깼는데 불침번 병사와 눈이 맞았다. “놀라지 마. 그냥 눈이 많이 내려서 그래.” “탁, 탁….” 밤사이 내린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가 산 구석구석에서 둔탁한 비명을 지르며 부러졌다. 다시 ...
땅심으로 자란 상추가 보약제1267호손이 많이 안 가도 잘 자라는 채소가 있어요. 병치레도 잘 안 하고 주는 것도 많아요. 잎을 따도 또 나오고 또 나와요. 상추예요. 집 앞에 있는 밭에서 이 상추를 키워요. 4월 중순께 모종을 심은 게 쑥쑥 자랐어요. 이제 밭에 상추가 지천에 널렸어요. 노지에서 자란 상춧잎을 따면 끈끈한 하얀 진액이 ...
감사해요, 이희호제1267호남자가 나무면 여자는 뭘까. 땅. 꽃. 열매. 바람. 여러 답이 나올 것이다. 열네 살 내 아이 또래는 당연한 어조로 이렇게 답한다. 여자도 나무지. 거목 디제이(DJ) 옆에서 더 오래 굳건히 자리를 지킨 거목 이희호 여사가 영면했다. 내 아이가 교실에서 지금 같은 젠더 교육이나마 받는 것은 ...
<얄타에서 베를린까지> 외 신간안내제1266호얄타에서 베를린까지 윌리엄 스마이저 지음, 김남섭 옮김, 동녘 펴냄, 3만8천원 분단국가였던 독일이 통일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추적한 이 책은 한반도의 미래를 과학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외교관 출신 저자의 냉전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흥미롭다....
아이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제1266호“아빠!” 집 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도담이(사진)에게 딱 걸렸다. 아내가 출장 갔던 지난주 목요일(5월30일), 마감을 후다닥 끝내고 집에 차를 넣어놓고 번개 모임에 참석하려던 계획이었다. 아니 웬걸, 마침 도담이가 외할머니 손을 잡고 분리수거를 하러 주차장에 나온 바람에 꼼짝없이 붙잡혔다. 번개는커녕 ...
안전하고 즐거운 섹스를 위해 제1266호‘임신 프리(Free), 피임 프리, 남자 프리’ 3무 섹스 지침서. 하다못해 스킨토너도 알코올 프리를 골라 쓸 수 있는 세상 아닌가. 그동안 너무 많은 성생활 도서가 결혼·가족이라는 범주에 갇혀 출산과 이성애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 <여자들의 섹스북>(이매진 펴냄)은 따로...
힘없는 자들의 경계 너머 삶 제1266호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는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다. 더는 도망갈 곳 없는 광활한 그랜드캐니언 앞에서 그들은 마지막 ‘경계를 넘는’ 삶을 선택한다. 두 손을 꼭 잡은 델마와 루이스가 자동차로 하늘 위를 날며 외치는 말. “우리 잡히지 말자.” “계속 가는 거야. 밟아!” 억압적인...
이제야 한글 배우니 살것네제1266호 제목 공부 이남순 글도 모르고 달력도 못보다 아무것 모르다 공부를 배우니 나는 살것네 버스도 혼자 타고 아들에게 전화도 하고 나는 살것네. MBC 파일럿 예능 <가시나들>(4부작)의 문을 연 것은 85살 여성이 쓴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