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밥상은 오이밭제1275호여름에 자주 먹는 채소를 하나 딱 꼽으라면, 오이죠. 밭일하면서 목마를 때 오이를 따서 먹어요. 날것 그대로 먹어도 맛있어요. 갈증이 풀리고 허기도 가셔요. 어떤 채소든 밭에서 바로 따서 먹을 때가 가장 맛있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도 아삭함도 떨어지죠. 오이는 손에 들고 먹기 딱 좋고요. 와작와작 씹는...
혁명가의 첫 페이지에 기록된 3·1운동 제1275호김단야는 생애 말년에 자신의 혁명운동 참여 내력에 관해 글을 썼다. ‘자전’(自傳)이라는 제목의 10여 쪽짜리 원고였다. 이 글에서 그는 언제 처음 혁명운동에 참여했는지를 밝혔다. 바로 3·1운동 때였다. 19살 나던 해, 배재고등보통학교 3학년이던 시절에 혁명적 삶을 시작했노라고 썼다. ...
‘전형성’을 넘어 ‘전형’으로제1275호 <한겨레21>이 르포작가 지원 공모제를 시작합니다. <한겨레21>은 최근 ‘공장이 떠난 도시’ 군산 편과 울산 동구 편을 통해 원고지 180장, 200장에 이르는 긴 호흡의 ‘르포 기사’를 선보였습니다. 포털 뉴스 제목만으로 세상사를 알아가는 시대...
불 같은 말고 물 같은 관계가 좋다제1274호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나이스”를 외치는 내 아이는 감정의 농도가 진한 편이다. 놀이도 우정도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드물었다. 유아 시절 시간 관계상 놀이를 접어야 할 때면 종종 울었고(더 놀고 싶어서), 친구의 사정상 놀 수 없을 때면 마음이 사정없이 구겨져 사정의 원인인 친구의 ‘패밀리’를 몽땅 미…
화자오 대신 쓰레기? 제1274호지난주 한 마라탕 가게 주인이 전화를 했다. 6월께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이 다녀갔는데, 조리실 환풍기가 비위생적이라며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금액은 30만원. 바로 시정한 그는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식약처의 ‘비위생적인 마라탕 전문점’ 명단에 자신의 식당이 오르자 밤잠을 설치…
민간인 주검으로 쌓은 ‘영웅신화’제1274호“의문의 여지 없이 그는 한국군 최고의 작전사령관이었다.” 백선엽, “그는 작전교리, 애국심, 개인 명예, 도덕적 용기, 부하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견지했다.” 한국전쟁 때 유엔군 사령관 매슈 리지웨이 장군과 미8군 사령관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이 영문판 백선엽 회고록 서문에서 쓴 평가다. ‘주례사 서문’일 수도…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제1274호비 오는 ‘불금’이었다. 7월26일 밤 9시, 서울 마포구 연남동 동진시장 골목길. 차 한 대도 들어가기 어려운 비좁은 그 길에 커피숍, 술집, 세탁소 등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골목 안쪽 동네책방 ‘헬로인디북스’가 밤을 밝히고 있었다. 보통 때는 문 닫는 시간이지만 이날은 문을 열었...
<어떤 양형 이유> 외 신간안내제1274호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지음, 김영사 펴냄, 1만4천원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고 한다. 판결문을 잘 읽어보면 판결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소송 당사자의 운명을 가를 사건을 단순한 ‘건수’로 여기는 판사의 판결문은 그냥 종이일 뿐이다. 사할린 잔류자들 ...
가난하니까 모험을 한다 제1274호나는 지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중이다. 돈키호테처럼 한동안 거의 반미치광이 상태로 걷기에 몰두하며 세상을 떠돌고 싶었다. 기사 소설에 빠져 미치광이가 된 돈키호테는 “그동안 읽은 것을 모두 실천하며 세상 곳곳을 떠돌리라 마음먹으며… 어느 무더운 7월,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아무에게도 알리지 ...
구글은 편견덩어리 차별주의자 제1274호2010년 가을, 미국의 디지털미디어 연구자인 사피야 우모자 노블(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정보학 전공 조교수)은 딸애가 좋아할 만한 놀잇감을 찾아보려고 구글을 검색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흑인 소녀’란 단어를 입력하자 곧 ‘달콤한 흑인 소녀 성기닷컴’이라는 포르노 사이트가 최상단에 뜬 것이다. 객관적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