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방학, 첫 바다 제1276호파도가 쏴 밀려오자 바닷물이 도담이 발목을 찰싹 때리고 달아났다. 난생처음 해수욕장에 온 도담이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뜨거워진 모래가 발가락 사이에 낄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목욕탕이나 수영장 따위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넓디넓은 동해가 눈앞에 펼쳐지니 와 하고 벌린 입은 한동안 다물…
그의 박자가 납득이 된다제1276호개봉 1주 만에 손익분기점을 ‘탈출’하고 2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완등”을 향해가는 <엑시트>는 조정석의 간절한 맨손과 임윤아의 뚝심 있는 달리기로 완성된 영화다. 이 영화에서 대학 산악부 출신의 현 ‘백수’ 용남(조정석)은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사랑하기 딱! ...
시대를 포착하는 르포작가를 찾습니다제1276호<한겨레21>이 르포작가 지원 공모제를 시작합니다. <한겨레21>은 최근 ‘공장이 떠난 도시’ 군산 편과 울산 동구 편을 통해 원고지 180장, 200장에 이르는 긴 호흡의 ‘르포 기사’를 선보였습니다. 포털 뉴스 제목만으로 세상사를 알아가는 시대에 &...
전달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제1276호‘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라는 부제가 붙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나의 첫 르포이자 (지금까지는) 유일한 르포다. 그러므로 나는 전반적인 르포가 아닌 이 책에 관한 경험만 나누려 한다. 무고의 알리바이가 되는 연민 버려진 개에 ...
목숨 걸어야 하는 시대제1275호교육문예창작회라는 단체가 있다. 단체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글을 쓰는 교사 문인들이 모인 집단이다. 1989년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를 결성하자 정부가 가입 조합원 모두를 해직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교육 대학살’이라 하던 사건이다. 그 직후에 결성한 교육문예창작회는 전국을 돌며 참교육 실현과 해…
조선시대, 일하는 여성 공무원들제1275호2019년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무엇일까? 애증으로 얽힌 동료이자 경쟁자였고 친구가 된 세 여성이 차를 몰고 탁 트인 도로를 달려나가던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마지막 장면을 물론 첫손에 꼽아야 할 것이다. 일과 함께 살아왔고 일을 지배하는 여성들의...
모험하는 소녀 요리하는 소년제1275호물놀이를 좋아하는 아들과 <첨벙!>(미디어창비, 2019)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사진작가 하시시박이 번역한 이 그림책은, 다이빙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 하는 여자아이 엠마의 이야기다. 엠마는 길에서 작은 동전 하나를 줍는데, 보잘것없는 동전 페니 역시 다이빙 선수가 ...
선녀를 감금한 나무꾼, 너를 징역 5년에 처한다!제1275호‘지금쯤이면 옷이 없어진 걸 알고 큰일 났다며 울고 있겠지? 얼른 가서 내가 데려와야지. 어쩌면 나한테 도와달라고 할지도 몰라.’ 선녀를 아내로 삼을 생각에 나무꾼의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어. 그런데 폭포에 가까워져가는데도 선녀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 거야. 인기척 없이 텅 비어 있는 폭포에 당황한 나무꾼이...
<책임에 대하여> 외 신간안내제1275호책임에 대하여 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한승동 옮김, 돌베개 펴냄, 1만8천원 한&#8211;일 갈등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위안부 문제, 오키나와 미군기지,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을 겪으며 퇴행하는 일본의 현재에서 그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소로가 자연에서 찾은 ‘중심’제1275호중심을 잡고 산다는 것. 말로는 쉬워도 손에 잡히지 않는, 연기 같은 수사일지 모른다. 오랫동안 궁금했다. ‘중심을 잡은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을까. 대체 그런 게 있기는 할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읽는다는 것. 그런 ‘우아한 관찰주의자’의 정신 곁에 머무르는 일은 중심에 대한 불안을 안정과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