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는 한번도 거기에 없었다제1282호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언제나 최고다. 이 말은 해가 뜨면 아침이라거나 물이 끓으면 뜨겁다와 같다. 의견이 아니라 팩트(사실)란 말이고, 너무 당연해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만약 어떤 예술가가 이 정도 단계의 이견 없는 평가를 받았을 때, 지금까지 성취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코코치킨의 꿈제1281호작은 언덕 아래쪽엔 8월 땡볕을 피할 수 있는 나무 한 그루, 그늘 한 점 없었다. 가까운 곳에 인가 한 채 보이지 않는 외진 곳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우슈토베역에서도 제법 떨어진 바스토베. 이역만리 지명도 낯선 땅까지 우리는 왜 힘든 발걸음을 옮겨놓았을까? 뗏장도 제대로 덮지 못한 무덤들이 다닥다닥 ...
관계는 의지의 산물제1281호엄마가 친구들 흉을 봤다. 하나같이 챙겨주기만 바라고 안부 전화 한 통 먼저 하는 법이 없다고. 그러고 보면 소싯적부터 엄마와 가까웠던 분들은 유독 의존적이거나 기대는 성향이 컸다. 내 엄마가 문제해결형 인간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해결만 하고 빠지면 좋은데 생색까지 내야 하는지라(이모들 말로는 ‘왕비병…
비둘기 마음은 콩밭에 산토끼 마음은 산에 제1281호오빠들은 산토끼가 많은 뒷산으로 나무하러 가고 풀을 베러 다닙니다. 산에 놀러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오빠들은 나무하고 풀 베는 동안 틈틈이 나무타기도 하고 토끼몰이도 하는 것을 재미있어합니다. 나도 오빠들 틈에 끼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여자가 험한 일을 하면 팔자가 세진다고 집안에 붙잡아두었습니다....
이름 없는 이들도 쇠갈고리에 찢겼다 제1281호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시 펼쳐보고 싶은 문학작품들이 있다. 3·1운동 양상을 핍진하게 묘사했거나, 체험적 관찰 결과를 생생히 재현하는 작품들 말이다. 재미 작가 강용흘의 장편소설 <초당>이 그 두드러진 보기다. 강용흘은 ‘최초의 한국계 미국 작가’로 꼽힌다. 3...
우리가 쓰는 우리 마을사제1281호서울 남산 자락 아래에 자리한 오래된 동네, 해방촌(용산동2가). 어둑어둑해지자 낡은 연립주택과 카페, 술집의 불이 하나둘 켜졌다. 9월23일 저녁, 해방촌 오거리에 있는 신흥시장을 찾았다. 그곳의 안쪽에 해방촌 마을기록단의 사무실이 있다. 해방촌 마을기록단은 이름처럼 해방촌이라는 공간을 기록하는 주민들의 ...
끝나지 않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제1281호 *넷플릭스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내용이 있습니다. 18살 소녀 마리가 강간당한다. 경관에게, 형사들에게, 병원에서, 경찰서에서 그리고 자필로, 공포와 충격과 피로에 휩싸인 채 마리는 피해 사실을 말하고 또 말한다. 하지만 마리의 말은 어느새 ‘믿을 수 없는’ 것이 되고, ...
정신질환과 싸우는 무기제1281호이 책은 눈물과 뼈를 갈아 넣어 쓰였다. 원제 ‘미친 사람한테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No One Cares About Crazy People)는 깊은 절망을 담고 있다. 지은이 론 파워스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미친 사람들’을 가족으로 둔 저널리스트(언론인)...
왜 노동자가 아닌 ‘여성’노동자인가제1281호지난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2019년 9월10일의 일이다.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 250명은 강제 해산에 저항하기 위해 윗옷을 벗었다. 대다수가 여성인 요금수납원들이 현장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이 장면을 본 많은 사람이 1970년대 동일방직...
<명왕성 연대기> 외 신간안내제1281호명왕성 연대기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김유제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1만6500원 2006년 국제천문연맹은 명왕성의 지위를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강등했다. ‘칼 세이건의 후계자’라 불리는 천체물리학자 닐 타이슨이 명왕성의 위상 추락을 둘러싸고 벌어진 온갖 논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