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국방부 시계제1285호빛바랜 역사책이나 영화에서, 혹 정치 후진국에서 볼 법한 군사 쿠데타 모의가 있었다. 불과 2년 전, 2017년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광화문 촛불을 끄려는 계엄령 기도가 실패로 끝나서 천만다행이다. 뒤늦게나마 세상에 알려졌고 수사도 이뤄졌다. 불행인 건 온전히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고 단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얼어죽어라, 미쳐버린 중국-홍콩 관계여 제1284호‘가을 호랑이’가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밤이었다. 그놈을 먼저 때려잡지 않으면 내가 잡아먹힐 것만 같은 숨 막히는 밤. 구월이 다 가고 시월이 오는데도 날은 한여름 중복처럼 푹푹 쪘다. 중국에서는 입추가 훨씬 지났는데도 호랑이처럼 무섭고 센 늦더위가 찾아오는 것을 ‘가을 호랑이(秋老虎)가 왔다’…
<아마존 탐사기> 외 신간안내제1284호아마존 탐사기 전종윤 지음, 지오북 펴냄, 1만9천원 보전생물학자를 꿈꾸는 ‘한국 청년’ 전종윤씨가 2017년 12월~2018년 2월 42일간 직접 겪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책으로 펴냈다. 전씨는 생태보전을 위한 비영리 연구기관인 ‘파우나 포에버’ 인턴 자격으로 양서...
‘표현의 자유’ 덫을 제거하려면제1284호“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4분의 1이 동양인” “이민자들에게 들어가는 숨겨진 비용” 동양계 이민자의 증가와 점증하는 사회적 부담 문제를 짚은 한 호주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이는 인종에 대한 혐오표현일까? 아니면 이민 정책에 대한 공적 논의를 촉발하는 보도일까?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를 연구해온 캐서린 ...
자퇴한 어른, 서툰 스무살, 그래도 괜찮아제1284호“자퇴 청소년에서 자퇴한 성인이 되었어요.” 버선버섯(21·필명) 작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만화를 그렸다. 18살 때 한 게임 사이트 공모전에 당선돼 웹툰 작가로 데뷔했다. ‘최연소 웹툰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졌던 그는 학교 밖에서 새로운 길을 걷게...
일하는 학생제1284호여름 더위가 한창일 무렵 중앙아시아 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인상 깊은 장면이 여럿 있었는데,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 호수를 찾았을 때 마주친 장면도 그중 하나다. 이식쿨 호수는 제주도 넓이의 서너 배쯤 되는 크기를 지녔고, 화창한 날에는 건너편에 톈산산맥의 설산이 길게 늘어선 모습도 볼 수 있다. 이토록 좋은 …
그는 누명 쓰고 죽은 것일까 제1284호김달하(金達河) 사건이란 1925년 3월30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북쪽 안정문 인근 한 주택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가리킨다. 반일 조선인 사회의 유력자로 알려진 57살 초로의 남자가 일본 밀정 혐의를 받고서 한때 동지였던 사람들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도대체 김달하가 어떤 사람이길래 그러한 화를 입었는지...
지식인의 죽음, 때늦은 슬픔제1284호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연인으로, 법학자로 돌아갔다. 그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은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수많은 균열, 갈등과 선연히 맞물린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옹호해온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공적 행적과 상류계급 일원으로서 개인적 삶 사이의 괴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여론의 실망과 분노를 모두 보수의 선동과…
나는 조인성과 원빈을 닮았다제1284호이 글 근처 어딘가에 내 얼굴 캐리커처가 있을 것이다. 나는 조인성을 더 닮았나? 아니면 원빈을 더 닮았나? 참으로 고약하지만 분명 답은 있는 질문이다. 둘 중 한 명은 나랑 더 닮기는 했다. 요절복통할 만한 이 상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가 이 질문에 대한 독자들의 답변을 바탕으로 ‘조인성(혹은 원빈)...
나의 이야기는 그들의 삶보다 치열한가제1284호 지난해 가을 손바닥문학상을 준비하면서 믿고 따르던 선배를 만난 일이 있다. 소설 이야기를 하려고 만난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내 작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1시간가량 묵묵히 들어주던 선배는 고심하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이야기는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쓰지 말라는 말을 처음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