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대에도 글쓰기를 열망한다제1282호 “글에 인물의 대사를 넣으면 생동감이 생겨요. 만질 수 없고 들리지 않는 평면적인 글이지만 대사가 들어가면 들리는 것 같고 보이는 것 같아요.”10월8일 저녁 8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동네책방 ‘지금의 세상’. 에세이 <반려견과 산책하는 소소한 행복일기> 등을 쓴 최하나 작가가 ...
열한 번째 ‘손바닥’을 기다립니다제1282호 열한 번째 기다림의 편지를 띄웁니다. <한겨레21>이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제11회 손바닥문학상’ 작품을 공모합니다. 사회적 이슈나 다양한 삶의 풍경을 소재로 다룬 픽션과 논픽션 작품이 공모 대상입니다. 누구나 손바닥만 한 각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꼭꼭 쥐고만 있었던 그 손바...
‘상한 두부’ 같고 한줌 ‘닭털’ 같은 인생 제1282호“원두 좀 제대로 골라! 아무렇게나 하면 내가 다시 골라야 하잖아! 창고에 있는 책들은 치우든지 버리든지 하라고 몇 번을 말했어! 지난달 적자가 얼마나 큰 줄 알아?”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가게 사방 벽으로 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장 선생은 무표정한 얼굴로 원두 고르는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손님은 나 혼자밖에 ...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외 신간안내제1282호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창비 펴냄, 1만5천원 실향민을 아버지로 둔 저자가 영국에 살면서 한국전쟁 참전 영국 군인들을 만난다. 부산 유엔군 묘지에 있는 스무 살 영국인 청년 마이클, 참전 동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전쟁의 기억을 직조한다. 작별...
한국을 로마법에 비추어보면제1282호<라틴어 수업>의 한동일 작가가 이번엔 ‘주 전공’ 로마법을 들고나왔다. 2017년 대표적 베스트셀러인 <라틴어 수업>이 그랬듯, 고전의 지혜를 구하는 독자에게 <로마법 수업>(문학동네 펴냄)은 채 20~30분도 들이기 전에 벌써 알맞은 문장을 ...
열린 가능성의 공간 옥상, 시민을 만나다제1282호 “와! 하늘 봐봐.” 관객석에 앉은 한 아이가 외쳤다. 머리 위 가을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이 빚은 어둠이 점점 깊고 진해지고 있었다. 관객석 멀리 아래쪽으로 아파트 불빛과 상가의 네온사인이 보였다. 9월27일 저녁 7시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구리아트홀을 찾았다. 옥상 정원에서 ‘어...
홍대 클럽에서 얻은 위안제1282호“도담아, 선생님 안아줘.” 검사 결과를 확인한 의사 선생님이 도담이에게 말했다. 도담이는 “우웅” 쑥스러워하면서 선생님을 꼬옥 안았다. 7월 심장 수술 경과 검사를 받은 지 정확히 3개월이 지난 10월2일, 두 번째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 매일 아침 아빠와 엄마가 자신을 두고 출근할 때마다 따라가겠다고...
2인 1조제1282호온갖 데서 하도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 하니 모르는 번호가 뜨면 아예 받지 않지만, 같은 번호로 연달아 오면 혹시 가까운 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통화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받고 보니 어느 날은 가스점검원이었다. 수화기 건너편 그는 몇 번씩 전화해도 왜 받지 않냐고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
북아프리카코끼리 멸종의 비밀제1282호“호랑이와 사자랑 싸우면 누가 이겨?”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하면 난 이렇게 대답한다. “애초에 싸움을 할 수가 없어. 둘은 사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지.” 그러면 서로 다른 두 종의 코끼리끼리 싸움을 붙여보면 어떨까? 코끼리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사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인도와 인도차이나반도에 사는 ...
카봇, 무대 난입 어린이를 잡아라!제1279호 하루아침에 댐이 무너지듯 도담이의 말문이 트였다. 기분이 좋을 때 도담이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짱!” 하고 외친다. 거절하고 싶거나 내키지 않을 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야”라고 한다. 배고프면 손으로 수저를 입에 넣는 시늉을 하며 “맘마(밥)”를 먹자고 하고, 목이 마르면 정수기를 가리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