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친 암탉 다섯 마리 제1278호할머니는 길조, 양반, 영물이라는 말을 자주 쓰십니다. 사람은 대개 다 양반이라고 합니다. 누구와 싸우고도 잘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나쁜 것보다 내가 나빴다고 하십니다. 짐승은 대개 영물이라서 마구 잡거나 죽이면 안 된다고 하십니다. 꽃만 예쁘게 피어도 길조라고 하십니다. 곡식이 잘되거나 짐승이 잘되어도 길조...
취재가 쌓이면 글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제1278호최근 방준호 기자와 함께 제1269호 표지이야기 ‘공장이 떠난 도시’, 제1271호 표지이야기 ‘부서진 질서, 무너진 삶’에서 각각 원고지 180장, 200장에 이르는 긴 호흡의 르포 방식의 기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나는 르포를 이렇게 써왔다’고 말하기에는 경력이 짧고 깊이도 얕습니다. 대신 르포작가...
무심·담담해도 괜찮은, 여성의 얼굴제1278호“스크린에서 가부장제, 남성 중심 밀실 등 벽을 깨는 다양한 여성의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8월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여성영화제) 사무국. 개막 준비에 바쁜 권은선 프로그램선정위원회 위원장은 21번째를 맞는 여성영화제의 주제가 ‘벽을 깨는 얼굴들’이라고 설명했다...
나의 록페는 끝나지 않았다제1277호지난 두 차례 글에서 놀이공원으로 간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페스티벌과 뮤지션들이 직접 기획한 작은 음악축제 얘기를 했다. 이번에도 페스티벌 얘기를 해야겠다. 물론 페스티벌 3부작 같은 거창한 의미 따윈 없다. 사실 올여름만큼 대형 음악축제에 심드렁한 적이 없었는데, 그런 나를 확 일깨운 순간...
<일본 ‘우익’의 현대사> 외 신간안내제1277호일본 ‘우익’의 현대사 야스다 고이치 지음, 이재우 옮김, 오월의 봄 펴냄, 1만6천원 일본에서 ‘혐한’ 운동을 주도했던 재특회가 힘이 약해졌다. 혐오 발언에 사회적 압력이 강해진 면도 있지만, 재특회가 없어도 될 만큼의 ‘극우 공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의 역사를 알아야 일본을 알 수 ...
섬세한 그대에게 ‘어싱’을 권한다제1277호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기운이 회복되는가? 군중 속에 있으면 녹초가 되는가? 쉴 새 없이 떠드는 사람을 견디기 힘든가? 여럿보다 일대일이나 적은 인원과 교류하는 게 좋은가? 다정함을 원하지만 친밀함 때문에 숨이 막히게 될까 두려운가? 화학물질을 쉽게 알아차리거나 피부에 따끔거리는 옷이 많은가? 대도시보다 소도시…
인생이 허기질 땐 여수로제1277호한낮의 바다는 잔잔했다. 8월16일 오후 전라남도 여수시 만흥동. 너른 남해를 마주한 마래산 아래 풀이 무성하게 자란 빈터가 있다. 시멘트 바닥에 한복을 입은 여성의 그림과 글귀가 보인다. ‘아 여순이여!’ 그곳에 덩그러니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가 세워진 연도는 2009년 1...
중년, 연애하거나 외국어 배우거나 제1277호“다른 사내들은 아내를 바꾼다. 차를 바꾸기도 한다. 어떤 사내들은 아예 성(性)을 바꾼다. 중년에 맞는 위기의 포인트는 뭔가 놀랍도록 다른 일을 함으로써 젊은 시절과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데 있다.” -토니 주트, <기억의 집>에서 누군가는 남편을 바꾸고 내가...
그냥 스티커제1277호스스로를 20대 남성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설치미술 작가 ‘성인소년’은 최근 ‘그거 그냥 스티커예요’라는 계정에서 참여형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눈알 모양 스티커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서 남자 화장실에 붙이고, 인증사진을 찍어 계정에 제보하는 방식이다. 작가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시...
여성의 식욕 허락되지 않는 욕망제1277호분홍빛 립스틱을 바른 12살 여자아이가 새침한 얼굴로 등장한다. 그러곤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는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 아이스크림 광고가 방송되자 바로 어린이 성 상품화 논란이 일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이 광고를 내보낸 씨제이이엔엠(CJ ENM) 계열 채널 7곳에 중징계 조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