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방현일
가을걷이가 끝나고 내내 갇혀 있던 닭들을 풀어놓았습니다. 밭에 떨어진 낟알들을 주워 먹고 메뚜기도 잡아먹고 풀도 뜯어 먹고 닭들은 갇혀 있을 때보다 하루가 다르게 살이 통통하게 오릅니다. 어머니는 씨암탉을 따로 구분하여 무척 좋아하시고 아낍니다. 씨암탉은 다리가 통통하게 살이 너무 올라 아기작아기작 걸어다닙니다. 사람들은 닭다리가 아주 맛있게 생겼다고 농을 합니다. 정말로 난챙이를 잡을 줄이야 난챙이(새매, 하늘 높이 떠 움직이지 않고 날개만 파닥거리는 모습이 하도 낭창낭창해서 붙여진 이름)가 우아하게 비행하더니 높이 떠 날개를 파닥파닥 흔들면서 한자리에 고정하고 닭들을 노립니다. 어머니는 얼른 닭들을 불러들여 닭장 속에 가두었습니다. 닭들을 가둬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계절입니다. 잘 살펴보고 난챙이가 보이지 않을 때 닭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신경을 빠짝 쓰고 일하는데 난데없이 난챙이가 일직선으로 번개처럼 내리꽂으며 어머니의 씨암탉을 채가지고 날아갑니다. 난챙이는 어머니의 씨암탉을 발 사이에 끼고 날아가 빤히 보이는 강 건너 앞산 벼랑 위에 앉아 맛있게 뜯어먹습니다. “난챙이 이놈, 우리 식구도 아까워서 안 잡아먹는 씨암탉을 잡아가다니. 그것도 제일 예쁘고 실한 놈을 잡아갔네.” 어머니는 엄청 약이 올라 얘기하고 또 합니다. 그놈의 난챙이는 잠도 안 자는지 이른 아침에도 비호처럼 나타나 꼭 어머니의 예쁜 씨암탉을 채갔습니다. “이러다가는 아까운 씨암탉이 거덜이 나겠다. 내가 저놈의 난챙이를 잡아 치우고 말아야지.” 벼르고 벼릅니다. 어머니는 일부러 산에 가서 가늘고 긴 물푸레 장대를 해왔습니다. 아버지는 장대로 하늘을 나는 난챙이를 잡으면 신문에 날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루는 난챙이가 하늘에 떠서 날지 않고 날개를 파닥거리며 한 군데 고정하고 닭들이 노는 것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난챙이가 번개같이 내리꽂으며 닭을 낚아채는 순간입니다. 어머니는 날아오르려는 난챙이보다 더 빠르게 장대로 후려쳤습니다. 난챙이가 뚝 떨어졌습니다. 어머니도 많이 놀라셨습니다. 정말로 난챙이를 잡을 줄 몰랐습니다. 닭은 이미 죽었습니다. 난챙이는 오른쪽 날개 끝이 살짝 부러졌는데 날지 못합니다. 발톱을 세우고 위엄을 부려보지만 소용없는 일입니다. 밭에서 일하시던 할머니도 아버지도 쫓아오셨습니다. 할머니는 난챙이는 영물이어서 잡으면 안 된다고 잘 고쳐서 보내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다 아주 얇게 깎아서 부러진 날개 양쪽에 대고 삼베 실로 감아주었습니다. 사람도 뼈가 부러지면 버드나무를 깎아 대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붙었습니다. 닭장 옆에 칸을 막고 난챙이를 가두었습니다. 난챙이 덕분에 손님이나 오면 잡던 씨암탉을 먹게 되었습니다. 괘씸하지만 난챙이한테는 닭 대가리와 내장을 생으로 주었습니다. 오빠들이 물고기도 잡아다 주고 개구리도 잡아다 주면 잘도 먹습니다. 그래도 난챙이는 닭을 잡아먹고 싶어서 늘어진 날개를 끌고 사납게 눈을 뒤룩거리며 닭들을 들여다보고 널름거립니다. 난챙이 덕에 씨암탉을 먹네 일주일 만에 버드나무 보호대를 갈아 매주었습니다. 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일주일이 지나 버드나무 보호대를 풀었습니다.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다 넣어주고 닭장 문은 열어놓았습니다. 갈 만하면 언제든지 가라고. 어머니는 “다시 씨암탉을 채가면 그때는 정말 가만 안 둔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난챙이는 그동안 정이 든 우리 가족을 뒤로하고 씩씩하게 날아갔습니다. 전순예 1945년생 <강원도의 맛>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