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제1277호신발 매장에서 맘에 드는 구두를 발견한 아빠가 “낡으면 창갈이해주나” 궁금해했다. 나는 “밑창 닳을 때까지 신지는 않을 텐데…”라고 말했다. 얼마 전 여든 살인 엄마가 갱년기 타령을 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꽤 웃겼다. 약수터와 도서관을 오가는 게 주요 일과인 여든일곱 살 할배가 정장 구두를, 닳도록 신을 일이 있…
아쿠아맨 되려다 격투기 할 뻔한 썰제1277호‘덥석’. 8월18일 오후 3시께. 잠실대교 옆 한강 한가운데서 열심히 강남(잠실수중보)을 향해 헤엄치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붙잡았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공기주머니(부이)와 가이드라인이 얽힌 것이었다. 뒤따라오던 사람, 가이드라인, 그리고 공기주머니가 엉키면서 물안경이 벗겨졌다...
벼룩시장과 교차로의 세계에서제1277호작가가 특정한 장르나 스타일에 집착할 때는 스스로 어찌할 길 없는 충동이 솟아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스티븐 킹은 자신이 공포소설에 매달리는 이유를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조금 내 식대로 바꿔봤다) 자신에게는 한밤중,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침대 밑을 들춰보고 싶은 충동이 있기 때문이라고. 불을 끄고 누웠…
J에게제1276호유년에 제가 먹은 밥은 모두 할머니가 지어주셨습니다. 1919년생 할머니는 가끔 일본말로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일본말을 잘하시느냐고 물으면 일본놈들이 일본말을 안 쓰면 죽이겠다고 하니, 살려고 배웠다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일본놈들은 찢어 죽여도 분이 안 풀릴 텐데 자기도 모르게 가끔 일본말이 튀어나온...
19년만에 고향에 간 케이코제1276호동물과 인간 관계의 역사에서 이보다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가 실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1998년 9월, 범고래 ‘케이코’는 미 공군 수송기 C17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고 있었다. 야생에서 잡힌 지 19년 만에 고향 아이슬란드 앞바다 헤이마에이섬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5년 전, 멕시...
<고스트워크> 외 신간안내제1276호고스트워크 메리 그레이·시다스 수리 지음,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1만8천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폭력적이거나 음란해서 삭제할 이미지를 어떻게 찾을까. 인도·필리핀 등의 노동자가 한다. 구글의 ‘캐멀백 소파’(낙타 등 모양을 닮은 소파)라는 이미지 검색에도 사람 손이 ...
어느 날 말기암을 선고받았다면제1276호“선생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어느 날 의사한테 말기암을 ‘선고’받았다면 환자와 가족이 가장 먼저 묻고 싶은 말 아닐까. 그러나 의사에겐 가장 피하고 싶은 질문 중 하나일 게다. 의료진에게 너무나 큰 공감과 책임을 요구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종양내과 전문의 김선영의 에세이집 <잃었...
“나도 계춘과 같은 병을 앓았다” 제1276호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1회 깐난이가 숨어 있는 광으로 괭이들이 몰려오고 계춘이 늘어진 보자기를 끌고 마을에 들어선 1942년. <곱게 자란 자식> 총 114회, 만 5년간의 대장정 첫 회 장면이었다. 곧 만화는 왜 이런 상황으로 몰렸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1938년으...
밤에, 바람 속을 떠다니다가도제1276호지난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오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너, 누구 좀 만나라.” “누구?” “내 친구. 너를 만나고 싶어 해. 두 사람의 조합이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도 그녀도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고 결국 두 사람 모두 보지 못하고 서울을 떴다. ...
사랑을 돌보느라 믿음을 저버렸네 제1276호나는 남편 일 때문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10년째 살고 있습니다. 하노이에 온 지 3년쯤 되었을 때 우리는 꽤 넓은 땅을 빌려 건물을 짓고 이사했습니다. 시골 출신으로 땅만 보면 뭔가 심고 가꾸길 좋아하는 나와 남편은 망고나무도 50그루 심고, 잔디도 심어 정원을 가꾸었습니다. 그러고도 남은 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