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오늘’을 그린 천년 전 시제1287호<로버이여트>는 천 년 전 페르시아에서 쓰인 시다. 천 년. 이렇게 오래된 목소리는, 별자리로 가득가득한 하늘 같다. 압도되고 만다. 먼 과거에서 출발한 빛들이 오늘의 근심 위로 커튼을 쳐주는 밤. 고전을 읽을 때면 어떤 밤도 조금은 밝아지곤 한다. 이 빛에 힘입어, 어둠 속에서도 ...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외 신간안내제1287호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시몬 비젠탈 지음, 박중서 옮김, 뜨인돌 펴냄, 1만9800원 지은이는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쫓아 재판정에 세운 전설적인 ‘나치 헌터’다. 용서를 구하는 나치 장교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유대인인 그는 아우슈비츠 생존자 프리모 레비, 철학자 마르쿠제,...
김조광수 “나를 인정했다면 20년 더 행복했을 텐데”제1287호10살 때 소년은 친형 손에 이끌려 처음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에 불이 꺼지고 스크린에 빛이 들어오자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빨려 들어가듯이 영화를 봤다. 그 경험은 마술과 같았다. 소년은 이 마술과도 같은 일을 누가 하는지 궁금했고, 자신도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14살 때 소년...
공정 교육제1287호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다. 연설 내용을 본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음은 곧바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제외한 여러 교육단체에서 반대 입장을 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쩌면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가장 당혹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조국 사태로 대학입시…
김치가 미치는 거 아세요?제1287호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김장’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저희 집에서는 입동 전인 11월 초에 김장을 해요. 올해에는 11월 첫째 주말에 김장을 했어요. 40년 전 시집올 때는 배추 200포기를 담갔다면 이제는 줄어 80포기 정도 담급니다. 아랫동서네도 함께 하다가 ‘김장 분가’를 시켰...
펭수가 간다제1287호EBS 지하 소품실에는 펭귄이 살고 있다. 나이는 열 살, 키는 210㎝로 남극 유일의 자이언트 펭귄이었던 펭수(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는 ‘뽀로로’ 같은 스타가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나 한국의 인천 앞바다까지 헤엄쳐왔다. (오다가 잘못해서 스위스를 거쳤는데, 간 김에 요들송을 배웠다고 한다....
‘그 사람’ 전문가제1287호“그(녀)의 마음을 도무지 모르겠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고전적 문장이다. 많은 이가 ‘그 마음’을 몰라서 애태운다. 나를 향한 그의 마음을 당최 모르겠으면, 그가 나를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지 보길 권한다. 사기꾼이 아닌 이상 마음 없는 사람에게 돈과 더불어 시간까지 쓰지는 않으니까. 만약 그가...
암이가? 그렇다면 세상 밖으로 나가자제1287호“오늘 특별한 기념일 맞은 분 있나요?” “….” “없나요?” “여기요! 여자친구 암 선고받은 날입니다.” 뮤지컬 공연 전 무대에 오른 배우 김성수씨가 ‘깜짝 이벤트’를 했다. 특별한 기념일을 맞은 관객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이었다. 항암 치료를 앞둔 여자친구와 공연을 보러 온 한 관객의 말에 순간 ...
‘공유하고 싶은 기쁨’을 알게 되길제1285호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탔다. 낮 시간대라 승객이 별로 없어 버스 안은 정류장을 알리는 방송만 들릴 뿐 고요했다. 차창에 기대 스쳐 지나는 풍경을 보며 꽤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은 고요를 깨고 들려온 누군가의 전화 통화로 시내버스라는 걸 상기하게 했다. 목소리는 버스 뒤쪽에서 ...
이름처럼 살아간 미륵 제1287호압록강 하구는 넓었다. 키보다 높게 솟은 갈대밭을 한참 헤치고 나아간 끝에 마침내 강가에 이르렀을 때, 이미륵은 놀랐다. 그것은 강처럼 보이지 않았다. 바다 같았다. 강 건너 아득히 먼 곳을 눈으로 짚었으나, 뭍인 듯 환영인 듯 거무스름한 얇은 띠 그림자를 그만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 쪽배로 압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