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돌아온 고양이 제1290호옛날에 짐승을 가축으로 여러 종류 많이 키울 때는 병치레도 잘 안 하고 쉽게 잘 컸습니다. 그때는 고양이나 개를 방 안에 가두고 키우지 않았습니다. 자연 그대로 풀어놓고 때 되면 밥 주고 물 주면 마음껏 뛰어놀고 쑥쑥 잘 자랐습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털갈이해서 날마다 씻겨주는 것보다 훨씬 윤기 나고 고운...
레스토랑인가 서점인가 제1290호나는 ‘걷는 사람’이다. 어느 유명 배우의 에세이 제목을 도용한 듯해 미안하지만, 그보다 나이가 더 많은 나는, 그가 걷기 전부터 훨씬 더 오랫동안 걸었다. 그러니 나도 ‘걷는 사람’이라고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어릴 때 학교에 가려면 걸어서 십리길을 가야 하는 시골에서 산 덕분에, 나는 ‘호랑이 담배...
잘 자, 너의 마지막 인사처럼제1290호1991년 1월13일~2019년 11월24일. 가수이자 연기자 구하라가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08년 아이돌 그룹 카라의 멤버로 데뷔한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사랑받은 연예인이면서 데이트폭력과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 생존자이기도 했다. 구하라는 세상을 떠나기 불과 며칠 ...
베테랑 법의학자의 <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제1289호죽음이 꼭 삶의 반대말은 아니라지만, 생명을 잃어야 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괴롭다.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죽음이 조금은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30여 년간 2만 구 이상의 주검을 부검한 베테랑 법의학자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까. “아무리 험한 상황에서 일어났다 해도, 가장 높은 단계의 해방과 안식.” 이 ...
미싸, 혹은 당당한 ‘아싸’제1289호아이가 자기는 ‘인싸’도 ‘아싸’도 아니고 ‘미싸’라고 했다. “미디움 사이즈?” 물었다. 아이가 나에게 콤플렉스의 발현이라고 했다. 그래, 나 라지 사이즈다(가끔 엑스라지). 그럼 “미친 사이코냐”고 물었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떻게 알았냐고 했다. 으헉, 나를 닮아도 왜 그런 걸 닮았니. 내가...
공감·배려 연습하는 ‘어른들의 대화 수업제1289호“오늘 제 느낌은, 설레고 기대돼요.” 11월18일 오전 11시 경기도 수원시여성문화공간. ‘물지게·기린세상 비폭력대화’ 동아리의 회원인 김소정씨와 임정심씨가 ‘느낌 카드’를 집어들었다. 탁자에는 ‘기쁜’ ‘놀라운’ ‘슬픈’ 등 글자가 쓰인 카드가 여러 장 놓여 있었다. 그들은 이날 기자를 만난 현재의 느낌을…
혼자 있는 아이제1289호티 없이 맑은 10월의 제주에 자극적인 풍경이라곤 한 명의 고등학생 말고는 없었다. 작은 섬으로 가려던 나는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 150여 명과 함께 배에 올랐다. 오가고 섬에 머무는 동안 그들과 3시간쯤 함께 있었는데, 삭막한 풍경 한 줄기가 펼쳐진 뒤로는 내내 쿵 하고 내려앉는 내 마음과 와르르 무너...
엠넷에 이 오디션을 보여주고 싶다제1289호종종 음악경연대회 심사를 본다. 대부분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신인 음악인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10월25일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2019 인디스땅스’ 결선 무대도 그랬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인디 뮤지션 발굴·육성을 위해 4년째 진행해온 프로젝트다....
‘밤비걸’ 심정현이 구독자 50만 명일 때 유튜버 그만둔 이유제1289호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가 달려간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꿈을 향해. 6살 꼬마 보람이가 ‘먹방’으로 서울 강남 빌딩을 사고, 70대 박막례 할머니가 유튜브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구글 CEO까지 만나고 광고까지 찍었다. 유튜브는, 학력·자본·경력 없이도 한 방으로 인생역전이 가능한 이 시대 ...
사람 살리고 떠난 오리 제1288호봄이 되니 암탉들은 3~4일 간격으로 서로 알을 품으려고 알둥주리를 차지하고 내려오지 않습니다. 집오리는 알 낳을 줄만 알았지 알 품을 줄을 모릅니다. 닭이 대신 품어주지 않으면 새끼를 깔 수 없습니다. 그해는 오리를 좀 많이 키울 생각으로 토종닭 여러 마리에게 알을 안겼습니다. 토종닭은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