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전태일힙합음악제 본선에 오른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 전태일기념관 제공
모두가 기쁨을 나누는 경연대회 11월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서른 번째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755팀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10팀이 출전했다. 대상은 김효진, 금상은 송예린, 은상은 이찬주, 동상은 방랑자메리·제이유나·황세영, CJ문화재단상은 코요, 유재하동문회상은 니쥬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모두 2천만원의 상금을 나눠 받았다. 30기 동문이 된 이들은 대회가 열린 당일 기념 앨범을 발매한 데 이어, 조만간 기념 공연도 할 계획이다. 대회 직후 열린 뒤풀이 자리에서 동문 선배들이 새로 들어온 후배들을 따뜻하게 반겨주었다고 한다. 다 함께 기쁨의 잔을 나누는 전통은 올해도 이어졌다. 이런 유재하음악경연대회를 닮고 싶어 하는 경연대회가 있다. 11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회 전태일힙합음악제다. 지난 4월 문을 연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이 10~20대가 좋아하는 힙합을 통해 전태일의 정신과 노동의 가치를 설파하고자 만든 경연대회다. 한국 힙합 1세대 그룹 가리온의 MC 메타와 앨범 ≪현장의 소리≫ 등을 발표하며 사회 현실을 노래해온 래퍼 아날로그 소년이 기획에 참여했다. 꼭 전태일과 노동이 아니어도 대회 주제인 사랑·행동·연대에 관한 것이라면 어떤 이야기도 가능하다. MC 메타는 “요즘 한국 힙합신에선 진중한 가사가 드물다. <쇼미더머니>를 보면 ‘스왜그’(자기 과시)와 ‘플렉스’(돈 자랑)에만 쏠려 있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가 진솔하게 자기 얘기를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등용문이 된 것처럼, 전태일힙합음악제가 한국적 정서와 시대상을 품은 래퍼의 등용문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악의 경연대회는 멈춰야 한다 참가를 신청한 400여 팀 가운데 1차 온라인 예심과 2차 실연 심사를 통과한 12팀이 최종 본선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토해낸 랩이 쌀쌀한 대기를 후끈 달궜다. 래퍼 딥플로우·팔로알토·허클베리피의 심사로 3팀이 선정돼, 각각 상금 100만원과 음원 제작·발표의 기회를 얻었다. 우승자 중 하나인 줍에이는 이렇게 랩을 했다. “난 그저 랩이 좋아서 이걸 시작했고/ 금목걸이 그런 거 난 몰라/ 근데 왜 사람들은 티브이 나가서/ 돈을 벌어야지 꼭 다 인정한다는 말투로/ 내 음악은 듣지도 않고 다짜고짜 티브이에 나가보래” 노래 제목은 <난 이미 성공했지>다. 그는 엠넷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얼굴을 내밀고 돈을 많이 벌어야만 성공한 래퍼로 보는 세태를 겨냥했다. 이 노래를 꼭 들려주고 싶은 자들이 있다. <프로듀스 101> 등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조작을 일삼은 이들이다. CJ ENM과 엠넷은 돈과 시청률 때문에 아이들의 꿈을 이용했다. 2009년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쌓아온 오디션 왕국의 아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엠넷은 내년 초 방영을 목표로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십대 가수>의 지원자 접수를 최근까지 했다. 이들에겐 승자의 기쁨의 눈물도, 패자의 아쉬움의 눈물도, 시청자의 감동의 눈물도 오로지 돈과 시청률의 잣대로만 재단될 뿐이다. 거짓과 조작으로 점철된 최악의 경연대회는 이제 멈춰야 한다. 대신 숨은 보석 같은 음악가들을 발굴하는 올곧은 경연대회들이 좀더 조명을 받았으면 한다. 꼭 성공하지 않아도 꿈과 희망과 노력 그 자체로 존중받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음악은 본래 그런 것이다.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