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24시제1288호1년에 두 번 명절 거사를 치르기 위해 끌려간 목욕탕. 힘센 젊은 엄마는 어린아이 사지를 쭉쭉 잡아당기며 때를 미는데, 나는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찔끔 났다. 몸을 뒤로 빼면 엄마는 어깻죽지를 짝 소리 나게 때렸다. 무섭기만 하던 목욕탕이 견딜 만해진 건 할머니 덕분이다. 할머니의 작은 몸을 미는 ...
서로의 온기와 다정은 공짜잖아요 제1288호누구나 저마다 ‘소쩍새 우는 사연’ 한 가지씩은 품고 살아간다. 사는 게 징글징글한 것은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술집을 운영하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나오는, 미혼모 ‘동백’이뿐만이 아니다. 혹시 엄마가 자기 보러 오지 않을까 해서 일부러 복통과 발작을 일으키고 온 아파트에 똥을 ...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외 신간안내제1288호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희정 지음, 오월의봄 펴냄, 1만4천원 퀴어가 ‘성적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입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레즈비언, 에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2030 성소수자’ 2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퀴어...
새로운 엘리트의 노오력제1288호‘조국 사태’ 초기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다. 과거 ‘정의’의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명문대생들이 들어올린 ‘공정’의 촛불 앞에 멘붕에 빠졌다. 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분명한 사실은 이들이 미래 한국의 ‘새로운 엘리트’가 될 거라는 점이다. 이들은 조국 사태를 기화로 가시화된 ‘386 엘리트’의…
기억력 챔피언 침팬지는 행복했을까제1288호영국 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지금도 꽤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각 분야의 아마추어 재능가가 출연해 실력을 뽐내는데, 2007년 첫 회 우승자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클래식 가수 폴 포츠다. 2018년에는 ‘기억력 천재’라고 불리는 41살 회계원 벤 프리드모어가 나왔...
내 몸을 사랑하고 말겠다제1288호한 술자리가 잊히지 않는다. 7년 지났는데도 생생하다. 회사 앞 통닭집이었다. 네 명이 맥주를 퍼마셨다. 그때 한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야, 네 얼굴 완전 귤껍질이네.” 내 여드름을 보고 한 말이었다. 마음속 저글링이 시작됐다. 공 다섯 개쯤 동시에 돌리는 작업이다. 정색하면 분위기 깬다. 우아하게...
홍콩에서 김지영을 보다제1288호“시위를 취재하지 않으면 큰 위험은 없을 거예요. 강화된 경찰의 검문·검색을 대비해 형광색 프레스 조끼와 안전모는 꼭 챙겨가세요.” 한 달여 전 홍콩 시위를 먼저 취재한 이재호 <한겨레21> 기자의 조언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11월1일 나흘 동안 홍콩을 다녀왔다. 10월29일부터 11월1...
지문도 믿지 마세요제1288호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을 확률은 3.15%다. 2018년 전국 법원에서 처리된 형사재판의 총건수가 23만7699건인데 이 중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7496건이다(대법원 2019년 사법연감). 규모가 작기는 하나 남원지원의 경우 2018년 동안 총 6건의 무죄 판결을 했으니 무죄...
암나무가 사라진 길을 달려 어디로 가려는 걸까제1288호2018년 11월22일 은행잎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정말 ‘툭’ 하고 땅바닥에 처박히는 소리가 났다. 땅으로 꺼지는 바람을 탔던지 은행잎이 떨어지는 속도도 무척 빨랐다. 아침 출근길이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출근하던 내 마음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정말 ‘쿵’ ...
윤희가 윤희에게제1288호*영화 <윤희에게>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임대형 감독 전화 인터뷰, 영화시사회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편지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To. 윤희에게 질끈 묶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일터로 향하는 차 안에서 창밖을 볼 때도, 집에서 사진첩을 들춰볼 때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