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실험정신제1293호“실험용 쥐 같아요.” 라이더(배달노동자)들이 하나둘 퇴근하는 밤 10시, 서울 영등포 커피숍에서 만난 배달의민족(배민) 라이더의 말이었다. 일주일 전, 강북에서 만난 라이더도, 홍익대 앞에서 만난 라이더도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말을 했다. 매일 밤 9시면 공지되는 배달료 매일 ...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하니제1293호EBS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 홈페이지에는 ‘다시보기’가 없다. 12월10일,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에서 ‘당당맨’ 최영수(35)가 ‘하니’ 채연(15)의 팔을 주먹으로 때리는 듯한 장면과 ‘먹니’ ...
인생과 러간의 공통점 제1292호중국 우한에 가면 반드시 러간(&#28909;干面)을 먹어야 한다. 수분기 없는 마른 면에 참깨소스를 부어서 비벼 먹는 이 면은, 이름 그대로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우한의 아침은 낡은 전선줄처럼 이리저리 어지럽게 얽힌 작고 비좁은 골목길과 도로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러간의 열기와 함께...
<거래된 정의> 외 신간안내제1292호거래된 정의 이명선·박상규·박성철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8천원 사법개혁,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법 농단’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확 바꿨다. 강제동원 피해자부터 KTX 승무원까지 ‘양승태 사법부’에 의해 삶이 바뀐 사람들은 ‘거래된 ...
하와만 보지 말고 마리아도 보라제1292호‘남녀에게 같은 학문을 가르치고 동등한 대접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1897년 12월 완공된 개신교 최초의 서양식 교회 정동교회에서 ‘양성평등’을 주제로 청년토론회가 열렸다. 남성 연사와 여성 연사의 치열한 찬반토론이 이뤄졌을까? 남성들끼리 찬성과 반대로 나눠 토론했고, 당사자인 여성들은 가림막 뒤에서 듣는…
유해동물제1292호제11회 손바닥문학상 당선작 전문을 3주 동안 <한겨레21> 지면에 싣습니다. 이번호에 실리는 황예솔씨의 ‘유해동물’은 심사에서 “혐오가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발생한다는 점, 피해자가 언제든 가해자로 둔갑할 수 있다는 점, 세월이 흐른 뒤 용서도 사과도 무의미해지고 오로지 쓸쓸한 허무만 남는다는...
한밤 자고 간 너구리 제1292호큰오빠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의 어느 날입니다. 하루는 막 뛰어오더니 말도 없이 빨래 장대를 들고 강으로 달려갔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족들도 함께 강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여울물이 끝나는 얼음물에서 어떤 사람이 나오려고 얼음을 짚으면 꺼지고 나오려고 또 얼음을 짚으면 꺼져 그저 허우적거리고 있었…
타인을 기록한다는 것제1292호살면서 우리가 억울하다고 느끼는 때는 타인이 평가하는 나와 내가 보는 나 자신이 너무나 다를 때다. 그 평가 속에 공들여 쌓아온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다. 타인을 전체적인 감각으로 인식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우리에겐 남의 내밀한 생애를 추적할 열정과 시간이 없고 자신의 호오(好惡)를 포기할 생각도 없다...
그대, 이 풍경을 다시 보지 못하리제1292호재난문자가 발송된 12월9일 전날 8일도 미세먼지가 서울 도심에 가득했다. 이날 오후 1시 영등포역사에 모인 20여 명을 향해 김시덕 교수(서울대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가 1939년 ‘시가지계획 영등포 토지구획정리계획 평면도’를 펴들었다. 1936년 행정개편으로 영등포는 대경성(서울)에 포함된다....
나는 왜 흰 피부가 갖고 싶나제1292호나은이가 부럽다. 한국방송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이 4살 소녀가 나오면 ‘언어천재’란 자막이 달린다. 스위스인인 엄마 쪽 가족이랑은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아빠 박주호랑은 한국어로 말한다. 영어도 된다. 긴 갈색 머리에 큰 눈망울을 가진 이 아이가 웃으면 댓글창에 심장이 아프다는 호소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