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 여성 연예인에 대한 폭행·성희롱 논란이 일었던 교육방송 어린이 예능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 교육방송 누리집 갈무리
그러나 최근 재조명된 장면들은 남성 코미디언들이 미성년자인 보니와 하니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이거나, 입에 손가락을 넣거나, 물을 뿌리거나, 몸을 때리면서 놀리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11월에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장난처럼 보이지만 장난을 가장한 폭력”이라거나, “(누군가) 벌칙을 받는 행위가 결코 다른 이들의 즐거움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기 바란다” 등 <보니하니> 전반의 폭력성에 관한 지적이 올라왔다. 지난 10월에는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를 양육하는 시청자가 “보니와 하니가 다양한 게임을 통해 수행하는 벌칙이 꼭 우스꽝스럽거나 다른 지상파나 종편 채널의 예능을 따라할 필요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보니하니>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최근이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으로서 정체성과 방향은 진작 재정비돼야 했다. 물론 이는 <보니하니>와 EBS만을 향해 던져야 할 질문은 아니다. 2016년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펴낸 ‘어린이·청소년 출연 TV 프로그램 내용 분석’ 보고서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에 대한 보호나 배려에 대한 인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보고서는 “성인 출연자들은 어린이·청소년 출연자들에게 성인의 관점에서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식을 요청하거나 어린이·청소년 출연자를 자신의 이성적 대상으로 상정하면서도 이를 ‘삼촌-조카 관계’와 같이 관습에 기댄 방식으로 미화 또는 정당화하고 있다”는 문제도 중요하게 지적한다. ‘문제적’ 한국 예능 미성년자 여성은 성인처럼 소비하고, 성인 여성은 어린아이처럼 취급하는 한국 예능계의 악습에는 그동안 브레이크가 없었다. 채연이 속한 ‘버스터즈’를 비롯한 걸그룹 멤버들은 미성년자여도 미디어에서 ‘성인 남성이 선호하는 여성’으로만 존재 가치를 가질 수 있고, 성인이라면 더욱 어리고 수동적인 이미지를 요구받는다. 2016년 JTBC <아는 형님>에선 40대 후반의 강호동과 그보다 25살 어린 걸그룹 멤버가 연인 사이라는 상황극을 연출했다. 약속에 늦은 여성에게 거구의 강호동이 주먹을 치켜들며 “죽고 싶어?”라고 외치고, 상대의 ‘애교’로 이 상황이 즐겁게 마무리된 것에 대한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권력 구조의 하단에 있는, 약자에 대한 폭력을 ‘장난’이자 예능 기법으로 수용해온 결과 미성년자나 갓 성인이 된 여성 연예인에 대한 폭력 상황은 ‘가상’과 현실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tvN <플레이어>에서는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 여성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위력을 사용하는 콩트가 방송됐고, 최근 MBC <2020 설 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녹화 현장에선 한 남성 스태프가 걸그룹 멤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보니하니> 사태는 두 개그맨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 방송계 전반의 ‘문화’에서 비롯됐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이토록 문제적 환경에 던져져 있었다는 사실이 이제야 드러났다는 면에서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하니’가 존중받지 못하는 세계에선 누구도 존중받을 수 없다. 최지은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