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 머리를 위한 결단제916호 청춘의 시기는 남달랐다. 26살의 여름. 남자는 모터사이클에 몸을 맡기고 도로를 질주했다. 인차일체. 자동차와 달리 조종사가 그대로 노출되는 모터사이클은 사람이 바로 차체 프레임의 한 축을 담당한다.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병렬 4기통 엔진의 힘은 몸 안의 피가 역류할 정도로 쾌감을 선사했다. ...
100점 vs 0점, ‘프로메테우스’ 논쟁제916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개봉하자마자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블레이드 러너> <에이리언> 등 감독의 전작이 두말할 것 없이 새로운 탐사였던 데 비해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어떤 이에게는 재앙...
‘무념’과 ‘무상’ 사이의 TV제916호Q.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드라마는 호흡이 길어서 곤란하고 화제의 다큐는 진지해서 ‘노 땡큐’ 하고 싶을 때, 무념무상, 모든 걸 놓아버리게 해주는 고마운 프로그램이 있다면? A1. . 사실 이제까진 ‘일이라서’ 봤다.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데뷔 무대’부터 마지막의 ‘컴백 특집’까...
참새 전쟁, 문혁 전초전되다제916호 문화대혁명의 광기가 기승을 부리던 1967년 봄, 중국의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서열 2위인 류사오치가 숙청을 예감하고 자녀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엥겔스처럼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라. 5대양을 떠돌며 전세계를 보고 싶다. 나는 평생을 무산계급으로 살았다. 너희에게 남겨...
잃어버린 5년, 다시 포용정책이다 외제916호 잃어버린 5년, 다시 포용정책이다 한반도평화포럼 지음, 삼인(02-322-1845) 펴냄, 1만1천원 대북 포용정책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북한은 적이 아니라 평화통일의 동반자”라고 선언한 7·7 특별선언이 효시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
죽음마저 불평등한 사람들제916호 “우리는 사람들이 재판도 없이 구속당하고 고문당하며 실종되는 인권침해의 사례들에 대해서는 쉽게 분개한다. 하지만 건강 불평등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를 낳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사회학자인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학 명예교수는 <평등해야 건강하다>라는 책에서 건강...
명령해주십시오제916호 명령을 해주십시오. 명령받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이제 아무도 명령 같은 거 해주지 않습니다. 네가 아무리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고 지나간 일을 돌아보지 않으며 살아도, 네 인생을 보살피는 것도 네가 알아서 할 일, 네 인생을 방치하는 것도 네가 알아서 할 일. 물론 나쁜 것을 염려해주는 고마운 ...
유체이탈과 사돈과의 상견례제916호 “상똘아이구만~.” 술과 고기를 대놓고 먹어대며 자기를 서운하게 한 친구놈들을 성토하는 권시인을 보고 와잎이 속삭였다. 속삭여? 우리가 연인이야? 그냥 문자로 말하면 안 되겠니? 술과 고기로 디오니소스의 축제를 벌이는 자기랑 거의 비슷한데 왜? 성토 아닌 구토하는 게 달라서 그렇지~. 와잎의 부라림에...
7월20일~8월20일 밀양 여름공연 예술축제 외제916호연극, 살아 있다! 영화제를 방불케 하는 연극제, 7월20일~8월20일 밀양 여름공연 예술축제 ‘연극, 살아 있다!’ 7월20일~8월20일 경남 밀양 연극촌에서 열리는 여름공연 예술축제의 구호다. 어떻게 연극을 살릴까? 연극의 저항 담론과 장르적 다양성을 회복하자고 제안하는 축제의 면면...
사적 보복은 안 돼~제916호 검찰에 출입할 때 일이다. 검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초한지>의 ‘소하’ 얘기가 나왔다. 중학생 때 정비석의 <초한지>를 읽은 게 끝이었다. 장량·한신·범증, <초한지>에 나오는 주요 인물이나 장면, 고사 등은 그동안 주워들은 게 있어 대충 알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