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기적제918호 6월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8회까지 롯데 자이언츠가 3-0으로 앞서고 있지만 승패와 무관하게 야구장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관중, 선수, 기자, 중계단들 모두 입방정이 될까봐 말을 아꼈지만, 그 야구장 안에 있는 3만 명 모두 가시권에 들어온 기적 앞에서 요동...
아, 그 소중한 사소한 약속제918호 “저희는 만남 자체가 위기였지요. 그것을 극복할 수 있던 원동력은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노력, 그로 인해 탄생되는 진정한 믿음이었답니다.” 지구 반대편에 살며 화상으로만 볼 수 있는 연인과 미래를 계획한다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만큼이나 아슬아슬한 모험일지 모른다. 민지와 제우디엘은 대략 1만2100...
웹툰 10년, ‘기초생계비’ 논할 시점제917호 20세기 만화는 인쇄매체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그리고 21세기, 탄생 100년 만에 ‘만화=출판’이라는 등식을 뒤흔든 새로운 발명 ‘웹툰’이 우리나라에서 나왔다. 네이버·다음 같은 한국형 포털 사이트는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인터넷의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po...
달콤한 퀴어, 쌉싸름한 사랑제917호 퀴어영화의 선구적 작품과 이후의 수많은 퀴어영화가 판타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이 장르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척되었음을 방증한다. 판타지와 현실 사회. 얼핏 둘을 연결하기가 어려워 보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케네스 앵거의 <불꽃놀이>(1947), 장 주네의 <...
완벽한 그에게 단 하나 없는 것제917호 동건! 내가 자네를 처음 본 것은 10여 년 전 한 방송사 로비에서였지. 드라마 녹화를 기다리며 대본을 보고 있던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슬로비디오 화면처럼 자네가 로비로 들어섰어. 배우로 활동하며 그동안 수많은 배우를 봐왔지만 머리 뒤에서 후광을 뿜어내는 피조물은 여자 배우까지 통틀어도 동건 그대가 처음...
대중미술과 팝아트 사이 깊은 강제917호선언문인 양 명쾌히 내뱉어진 전시 제목 ‘이것이 대중미술이다’ 안에는 상충하는 개념 둘이 나란히 붙어 있다. 대중과 미술 사이의 거리감은 불화로 칭해도 될 만큼 소원하며 차라리 무관한 관계에 가깝다. 문제의 두 단어를 결합한 타이틀을 쓴 배경에 대중과 미술의 오랜 불화를 조망하겠다는 기획 의지가 담긴 것 같진…
‘끔찍한 악마’를 꼼꼼하게 사랑하다제917호 푸른 나방이 날아오르고 주황색 곤충이 우글우글 기어간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와 비슷해 보이고 이젠 흔하디흔한 꽃 그림의 변종으로도 보인다. 신사임당의 식물이 정지된 느낌인 데 반해 이미지 속의 식물과 곤충은 좀더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다리를 쫙 편 오른쪽의 야생벌은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면 ...
재앙은 이미 시작됐다제917호 이상고온과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초부터 시작된 이상고온 현상으로, 6월22일 현재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26.5℃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2.1℃나 높은 이 수치는 1908년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04년 만의 최고 기온이다. 고온 현상은 가뭄을 부채질했다....
하늘이시여, 정녕 이 사람이 제 남편입니까 제917호 애당초 안 된다고 해야 했다. 룰루랄라 가방을 싸는 남편 옆에 앉아 나는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 “유럽 출장을 다녀와도 될까?” 남편이 처음 이 질문을 던진 것은 출산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언제 가는데?” 출산 예정일 3주 뒤에 간단다. “산후조리하는 아내를 두고 유럽을 가겠다고?” 발끈했지만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