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의 피해자라면 흔히 원시부족이나 개도국 주민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선진국은 과학기술과 청결한 환경, 넉넉한 예산으로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전염병에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는 선진국 사람들은 그에 대한 기본적인 내성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감염으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토빈세를 걷어 기후변화 완화에 쓰자 기후변화는 식량부족과 식량안보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기후가 더 많이 변할수록 식물과 곤충의 권력 균형이 곤충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한다. 이는 곧 인간이 먹을 식량 재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현실을 깨닫고 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과 선진국의 협약에 기대를 걸어도 될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필요한 해법을 찾고자 하는 전 지구적 움직임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다. 선진국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고, 개도국은 하루빨리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려고 화석연료 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럼, 저탄소에너지 기술은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아직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았다”며, ‘환경을 보호합시다’ 같은 캠페인성 메시지나 ‘북극곰이 불쌍해요’ 같은 감성적인 접근으로는 더 이상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에 너무나 많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까닭이다. 저자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금융 부문을 엄격하게 규제해 공기·물·숲과 같은 인류 공동의 자원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들이 마음 놓고 산업 활동을 하던 1950년 시스템으로 회귀하자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기업에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등 금융 인센티브를 줌과 동시에 금융거래 방식에 적정한 세금(토빈세)을 매겨 기후변화 완화 활동을 위한 국제기금 및 보조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1950년대의 시스템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답은 어렵지만, 지구온난화를 남의 일로 여기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각성을 줬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만하다. 한 세기 전 독일의 세포병리학자 루돌프 피르호는 말했다. “사회과학은 넓은 의미의 의학이고, 의학은 넓은 의미의 사회과학이다.” 지난해 세상을 등진 의사 폴 엡스타인의 삶은 이 말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례처럼 보인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환경오염의 피해자라면 흔히 원시부족이나 개도국 주민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선진국은 과학기술과 청결한 환경, 넉넉한 예산으로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전염병에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는 선진국 사람들은 그에 대한 기본적인 내성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감염으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토빈세를 걷어 기후변화 완화에 쓰자 기후변화는 식량부족과 식량안보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기후가 더 많이 변할수록 식물과 곤충의 권력 균형이 곤충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한다. 이는 곧 인간이 먹을 식량 재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현실을 깨닫고 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과 선진국의 협약에 기대를 걸어도 될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필요한 해법을 찾고자 하는 전 지구적 움직임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다. 선진국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고, 개도국은 하루빨리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려고 화석연료 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럼, 저탄소에너지 기술은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아직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았다”며, ‘환경을 보호합시다’ 같은 캠페인성 메시지나 ‘북극곰이 불쌍해요’ 같은 감성적인 접근으로는 더 이상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에 너무나 많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까닭이다. 저자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금융 부문을 엄격하게 규제해 공기·물·숲과 같은 인류 공동의 자원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들이 마음 놓고 산업 활동을 하던 1950년 시스템으로 회귀하자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기업에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등 금융 인센티브를 줌과 동시에 금융거래 방식에 적정한 세금(토빈세)을 매겨 기후변화 완화 활동을 위한 국제기금 및 보조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1950년대의 시스템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답은 어렵지만, 지구온난화를 남의 일로 여기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각성을 줬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만하다. 한 세기 전 독일의 세포병리학자 루돌프 피르호는 말했다. “사회과학은 넓은 의미의 의학이고, 의학은 넓은 의미의 사회과학이다.” 지난해 세상을 등진 의사 폴 엡스타인의 삶은 이 말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례처럼 보인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