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없어, 무대에서 죽자제914호흰 스크린에 대사가 뜬다. 연출가가 소리친다. “자, 앞에 비친 대사를 분석하세요.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예요. 어머니는 매춘부입니다. 나는 어머니의 삐끼입니다. 비린내 나는 가난,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예요. 사인을 주면 연기를 시작합니다. 원, 투, 스리, 포!” 감정 못 추스리고 주저앉아...
골목의 일상이 축제다제914호5월, 서울 신촌 대학가가 축제에 들떴을 때, 마포구 상수동 뒷골목에서도 축제가 열렸다. 5월26~28일 당인리발전소 앞 일대에서 열린 상수동 골목축제다. 이 축제는 풍기는 냄새도 좀 다르다. 참기름집에서 파전 부치는 고소한 냄새와 ‘핸드드립 커피 강좌’를 하는 커피집에서 풍기는 커피향이 한데 섞였다. 스마트폰...
마실 나와 수다떠는 갤러리제914호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마하트마 간디 저는 지금 5월의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과일펀치를 마시며 포크밴드들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여기가 어디냐고요? 서울 마포구 당인동에 있는 ‘그문화’라는 동네갤러리입니다. 마침 이 갤러리가 상수동·당인동에서 주최한 골목문화축제 ‘오월의 어느 날’...
빼고 또 뺐습니다제914호2009년에 처음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가 나왔을 때, 디자인으로서의 반향보다 ‘별게 다 나왔네’ 하는 신기한 눈초리가 먼저 반겼다. ‘앙꼬 없는 찐빵’은 우스개라도 된다지만 그전까지는 날개 없는 선풍기란 숫제 불가능 자체가 아니었나. 호기심 영역에서 미감의 영역으로 소비자는...
소간지도 터뜨릴 때가 됐지제914호Q. 신상 드라마가 쏟아집니다. 무려 6편! 주말엔 ‘한국 남자판 섹스 앤 더 시티’를 표방했다는 <신사의 품격>,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닥터진>, 월·화요일엔 <태왕사신기>의 박경수 작가가 쓴 <추적자>가 시작됐지요. 수·...
아이를 보니 괴롭다, 두렵다제914호 J와 K의 결혼식이 끝난 뒤 우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아직은 걷는 일에 서툴러 보이는 한 아이가 우리 곁으로 왔다. 가만히 서서 우리를 빤히 쳐다본다.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기보다 흥미로워하는 기색이다. 안겨보라고 팔을 벌렸더니 저도 팔을 내민다. 아이를 안아 올렸다. 그때 어떤 어색한 ...
예수의 삶으로 가르치다제914호 권정생 선생님. 선생님의 새 책 <빌뱅이 언덕>(창비 펴냄)을 읽고 이렇게 편지를 올립니다. 하느님의 왼쪽에 앉아 계실 선생님. 선생님이 계신 그곳에도 누런 해가 뜨는지요? 평생 당신을 괴롭혀온 병마를 털고 자유롭게 안식을 누리고 계신지요? 제 생각에 선생님은 지옥 같은 ...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 외제914호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 휴머니스트(070-7842-9413) 펴냄, 각 권 2만3천원 개항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중·일 3국은 전근대 시기보다 더 복잡한 관계를 맺어왔다. 일국의 역사만으로는 왜 한반도에서 청일전쟁과 러일...
반딧불이랑 걸어요 외제914호반딧불이랑 걸어요 5km 구간을 걷는 행사 등 마련한 ‘무주 반딧불 축제’ 반딧불 애벌레는 다슬기와 달팽이를 먹고 자란다. 먹이사슬부터 조금만 농약을 접해도 살지 못하는 환경지표 생물이다. 전북 ‘무주 반딧불 축제’가 한국을 대표하는 환경축제인 것은 이 때문이다. 축제의 중심은 밤이다. ‘신비탐사’는 ...
할머니는 현충원을 하루에 두번 가셨습니다제914호 “옆집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할머니 집 대문에는 언제나 태극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어느 날 대문 앞에 쓸쓸히 서 계시는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인사를 드렸더니 인자한 미소로 받아주셨습니다. 그날 밤 저는 어머니에게서 옆집 할머니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군이셨던 할머니의 남편이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