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아직 시작도 못해본제989호서른, 잔치는 아직 시작도 못해봤다.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약해서 상처받기 쉬워. 굳이 남들보다 열심히 살 이유를 못 느끼지. 멋지지 않니? 부양해야 할 가족도 없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어. 나랑 비슷한 것 같아.” -<창피해> 중 김꽃비의 대사 최근 개봉...
“진정한 잉여가 가상 잉여를 만들어냈다”제989호-왜 ‘자발적으로 순응하는 사람들’을 주목하게 되었나. 지난 대선에서 사람들이 개인적 좌절에 빠져드는 것을 많이 봤다. 이명박 정부 때는 사람들이 약간 짜증스럽게 회피하는 식이었다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사람들이 이 선거를 개인화하는 게 흥미로웠다. 그게 일종의 기폭제가 되었고 공저자인 김은산 선생과 ...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의 시대제989호드라마 <미래의 선택> 주인공 나미래(윤은혜)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방송작가를 꿈꾸지만 특출한 구석이 없다. 꿈만 꾸고 별다른 준비도 없이 세월을 보내다 막내 작가로 들어가기 민망할 만큼 나이만 먹었다. 대기업 콜센터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던 32살 나미래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
마르크스가 예견 못한 성과 속의 변증법제989호“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속에 녹아 사라진다.”(카를 마르크스) 현대사회(자본주의)의 역동성에 관한 마르크스의 진술은 사뭇 시적이어서, 현대성의 명암에 천착했던 많은 모더니스트들이 즐겨 구사하는 인용구가 됐다. <공산당 선언>에 등장하는 이 아포리즘은 3개의 절로 이뤄진 병렬문의...
두 지즈코와의 동침제989호9년 전, 서울 정동 거리. 길 한복판에서 조그마한 여성이 커다란 여행 트렁크를 다짜고짜 펼쳤다. 그리고 뭔가를 마구 찾기 시작했다. 가방 안 옷가지들이 다 드러났다. 이 무슨 풍경인가.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옆에 선 키 큰 여성은 이미 익숙한 듯 생글생글 웃고만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나에게 ...
〈오로라 공주〉왜 인기 많을까제989호집단 무의식 반영하는 초현실주의 포와로, 김전일, 코난… 그다음엔 오로라. 이 불가해한 능력자들은 주변 사람들을 차례로 사라지게 한다. 맥락도 이유도 없다. 그중에서도 오로라의 소멸 마법은 새로운 차원이다. 그것은 우리 대뇌의 전두엽 귀퉁이에 남아 있던 일말의 논리적 유추 능력까지 무력하게 만들고 ...
뼈와 가시를 앞에 두고 드는 걱정제989호가장 적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도, 가장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차림은 뭘까? 경험으로부터 말하자면 샤부샤부다. 여러 가지 채소를 씻고, 버섯 몇 종류를 손질해둔다. 고기와 각종 해산물은 그대로 쓰면 된다. 다만 가다랑어포 육수를 직접 만드는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가치가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농축...
눈 뜨고 물먹다제989호‘첫 경험’은 강렬하다. 신문지면에 처음 이름이 올라간 순간도 그랬다. 선배의 채찍을 맞아가며 동기와 함께 완성한 데뷔작은 무려(!) 신문 2면에 게재됐다. 기자가 되면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심각’ 아이템을 쓰게 될 줄 알았다. 그런 문제는 내 눈에(만) 쉽게 ‘발굴’되지 않았다. 데뷔작은 ‘애인 대행...
만나기 힘들수록 훌륭한 의사라니제989호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미국 뉴욕에서 초연하던 1988년 당시 한 달 만에 2년치 표가 팔렸다. 페란 아드리아가 운영하던 레스토랑 ‘엘불리’는 다음 시즌 예약을 받기 시작하는 첫날 단 하루에 이듬해 1년치가 모두 매진되곤 했다. 얼마 전 야구 경기를 ...
타의든 자의든 전선에 서다제989호JTBC에서 방송하는 <뉴스9>는 명백히 ‘손석희 방송’이다. 그는 지난 5월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부임한 데 이어 9월16일부터 <뉴스9> 앵커를 맡았다. 그가 전면에 나선 이후 <뉴스9>는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인권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