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원시림에 낸 둘레길제990호출판이란 풍성한 우리말의 잔칫상이나 다름없다.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적절하게 대체된 말들은 흰 발의 종족처럼 말갛고 향기롭다. 말이란 쓸수록 풍성해지고 쓰지 않으면 곧 사라져버린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는’ 소수 언어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말도, 우리말 속의 어휘도 끊임없이 사라지고 있다. 새들은 페루에…
‘가족역사가’들에게 도움이 되길제990호올해는 한국인이 공식적으로 미국으로 이주를 시작한 지 110년째 되는 해다. 오늘날 한국의 재외동포는 700만 명이 넘는데, 미국에만 그 수가 200만 명이라고 한다. ‘우방’이든 ‘제국’이든,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재미 한인이 어느 주의 의원이 됐다더라 ...
아름다움에 목매는 거대한 감옥제990호“죄송합니다.” 빅뷰티(25·가명)가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고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한 아저씨가 탔다. ‘삐~’ 하중 제한 표시가 뜨며 경고음이 나왔다. 빅뷰티의 어머니가 구석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나지막이 내뱉었다. 빅뷰티의 어머니는 고도비만...
광대들의 송년 파티-외제990호광대들의 송년 파티 ‘연희집단 The 광대’ 12월28·29일 송년 콘서트 광대들이 송년파티를 벌인다. ‘연희집단 The 광대’가 12월28·29일 서울 번동 꿈의숲아트센터에서 송년 콘서트 ‘Samna N 굿Luck’을 연다. 풍물·탈춤·남사당놀이·무속 등 전통연희 무대를 꾸며...
뭐지? 이 디스토피아의 예감은제990호‘기술에 무감하면 세월에 지게 된다’라며 어느 미드에서 쿨하게 얘기하던 할아버지의 대사가 생각난다. 하지만 본질적 난감함은 기술의 사용법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기술들이 유도해내는 변화된 감각과 지각을 맞닥뜨렸을 때 있을 것이다. 똑같은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그것의 핵심에 닿아 있는 젖줄의 …
‘농어촌빈집주인찾기’를 활용하라제990호수도권에서 멀어지는 게 심리적으로 두려운 주부들은 경기도 용인IC 부근이 시골 생활지로 괜찮다. 용인 양지면의 경우, 새로 지은 한옥은 5억~10억원으로 가격대가 높지만, 땅만 구입한다면 평당 120만원 선을 넘지 않는다. 용인 백암면은 옛날 집은 3억~4억원대로 평당 150만~20...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겨울을 준비하라제990호영국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가 격정적으로 써 내려간 ‘서풍부’(西風賦, Ode to the West Wind)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이 바로 그 유명한 “겨울이 오면 봄이 멀 수 있으랴”이다. 전원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월동 준비는 겨울을 대비하는 마음에 더하여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해야...
농가를 개조하라 삶을 개조하라제990호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투기꾼에게는 재테크의 수단이자 신분 상승의 사다리고, 유부남에게는 한번 나오면 들어가기 싫은 ‘집구석’이며, 주부들에겐 하면 표 안 나고 안 하면 표 나는 지긋지긋한 살림터인 집은, 1인 가구에겐 잠만 자는 ‘자취방’이거나 적막한 공간일 뿐이다. 결국 도시생활자에게 집이란 육신...
씨발 같은 후리가리, 만만한 게 홍어좆인가제990호【후리가리】 [명사] 경찰의 일제 단속을 일컫는 말. 과거 투망식 범인 체포나 실적 위주의 검거 활동으로 말썽이 많았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과가 있고 주거가 일정치 않은 넝마주이들은 경찰의 실적 달성에 자주 ‘활용’되곤 했다. 단속 기간이 되면 ‘몇 명 잡아가겠다는 흥정이 들어왔다’는 ...
눈부시게 아름다운 낙천제990호절대 적에게 들키기 싫은 표정들이 있다. 예를 들면, 겁먹은 표정이다. 그건 얕잡힐 빌미를 스스로 쟁반에 담아 바치는 꼴이다. 이보다 더 들키기 싫은 것은, 내가 겁먹었다는 것을 감추려고 애써 지었지만 결국 나의 겁먹음은 물론 그것을 덮으려는 애잔한 노력까지 드러날 때의 표정이다.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