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라, 아이들아제993호“여기 아프니?” 아이의 부러진 팔을 매만지며 물었다. 눈높이를 맞추느라 바닥에 무릎을 굽혔다. 표정 없는 눈망울이 내 얼굴을 잠시 응시하더니 이내 말없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말로 해야지. 우리 다솜이 말 잘하잖아. 어른한테 고갯짓하면 안 된다.” 곁에서 아빠인 듯 보이는 보호자가 거든다. “안 아파요.” 아이…
여기는 백골 세상제993호【백골화】 [법의학 용어] 사체의 연조직이 모두 붕괴돼 뼈만 남은 상태. 보통 백골화된 사체는 사후 수개월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한다. 사체에 산란한 곤충 알을 깨고 구더기들이 태어나면 연조직을 빠르게 먹어치우며 부패와 백골화를 촉진한다. 【목장갑】 [명사]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
‘도둑적’ 정권에 들이댈 몽둥이제993호신년호인데 이분에 대해 쓴다고 했다가 타박만 들었다. 대통령 퇴진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분이 문제냐고. 새해 첫 호니까 읽고 기분 좋아질 인물을 탐구하라고. 그러나 이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현직의 포악함이 이분의 죄업을 가리고 있을 뿐. 일단 안 만나봤다. 만나기 어렵다.…
안수찬 〈뉴스가 지겨운 기자〉 외제992호감정 독재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1만5천원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결과로 과거보다 더욱 견고한 ‘감정 독재’ 체제하에서 살게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속도는 감정을 요구하고, 감정은 속도에 부응함으로써 이성의 설 자리가 더욱 축소됐기 때문...
김단비 〈우리 마을 환경미화원은 맨날 심심해〉외제992호우리 마을 환경미화원은 맨날 심심해 김단비 지음, 홍원표 그림, 웃는돌고래 펴냄, 1만1천원 지구를 지키고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이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라, 어린 친구들의 일이기도 하다고 알려주는 책. 어린이 친구들이 쓰레기통에 버리려는 물건 중에 다시 쓸 수 있는 건 없는지, 나눠 쓰려면 어떻게 ...
아쉽게 놓친 영화 이 기회에-외제992호아쉽게 놓친 영화 이 기회에 12월20일부터 ‘씨네코드 선재의 마지막 프로포즈’ 올 한 해 개봉한 영화들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예술영화관 씨네코드 선재에서 12월20일~1월8일 ‘2013 씨네코드 선재의 마지막 프로포즈’ 기획전을 연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스크린으...
만델라의 진짜 말제992호넬슨 만델라를 처음 만난 건 1996년 미국 뉴욕의 어느 헌책방에서였다. 자서전 을 읽자 어렴풋했던 거인의 진면목이 오롯이 드러났다. 그의 영결식에 100명이 넘는 전·현직 세계 정상들이 참석한 데는 울림이 있는 말과 그 말에 힘을 실어준 삶이 있었다. 위대한 투사이자 정치가였던 만델라의 가장...
제대로 믿기 위해 배워라제992호노숙인 3명과 유기견 한 마리. 교황 프란치스코의 77살 생일에 초대된 이들이다. 교황은 지난 12월17일(현지시각) 가난하고 약한 이웃들을 불러들여 함께 미사를 드린 뒤 아침을 나눠 먹었다. 만약 올해 성탄절이 지난해보다 좀더 따뜻해진다면 그건 예수를 닮으려는 교황의 됨됨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새들이 내게로 나려오네제992호내가 사랑하는 시인 백석의 그 유명한 시 ‘국수’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야트막한 산 밑에 터를 잡고 살아보니 눈이 많이 오면 정말로 산새들이 집 근처 들판으로 내려와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상수원 보호니 그린벨트니 해서 수십 년간 규제로 묶인 집 ...
‘멋진포장’과 좋은 책의 관계제992호“아니 책은 어디 가고 없고, 무슨 떡상자냐? 그랬죠.” 한 출판 담당 기자가 전해준 말이었다. 하긴 그게 꼭 떡상자 같기도 했겠다. 신간이 왔나 하고 출판사 봉투를 열었는데 정작 책은 안 나오고, 한지로 곱게 싸고 예쁘게 리본까지 맨 네모난 물건이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책이 인쇄소에서 나와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