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함을 악함으로 만드는 악한 기획제996호몇 년 전 히틀러(사진)의 <나의 투쟁>이 독일에서 재출간된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해주면서 이것 한번 해보라고 권한 지인이 있었다. 당시 나는 확 짜증이 일어 “아니, 그런 쓰레기 같은 책을 내가 왜 내냐”고 벌컥 화를 낸 적이 있다. 지금 돌아보니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히틀러의...
과학사를 권력 빼고 바라보면제996호마젤란은 태평양을 발견하고 탐험한 최초의 항해자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태평양 섬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마젤란보다 수천 년 앞서 대양을 항해했던 이들에게 그가 한 여행 따위는 이미 일상이었다. 유럽 문명 중심의 세계사에서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를 ‘발견’했다는 ‘역사적 착각’을 바로잡는 일은 과학사에…
유신이 오늘이 되었다제996호독재자의 딸이라고 했을 때, 연좌제가 연상돼 그 비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유신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을 때,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렇게 되겠냐며 반문했다. 순진했다. 그는 독재자의 딸을 넘어 스스로 독재자의 길을 가고 있고, 오늘 유신은 버젓이 되살아났다. 박근혜, 집권하자마자...
드로그바에게 배워라제996호지난해 12월21일, 은퇴한 장미란의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상위 순위에 오르내렸다.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 ‘사모님’의 남편이자, 수감 중인 ‘사모님’의 형집행정지를 위해 회사 공금을 빼돌려 입원비에 사용해 재판을 받고 있던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장미…
이것이 정녕 지상의 소리인가제996호기타도 못 치는 나님이란 존재, 그래도 직접 기타 한번 만들어보면 자기 사물에 대한 열정으로 기타 배우기에 더욱 애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 그거 자작 문화에 얽힌 판타지다.) 앞서 인천 부평 콜트 공장에서 방망이 깎는 노인의 심성을 가진 장인 기질 충만한 ...
월스트리트의 놀고먹는 도적떼제996호허다한 영화들이 언제나 세계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런 의미에서 어떤 영화는 특정한 ‘시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대’라는 것이 앞서 존재한다기보다, 영화가 그것을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펼쳐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서사가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획득한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신작…
게임판 사이, 자본주의의 맨얼굴제996호새해 벽두, 평소 사회·정치적 이슈에 사사건건 부딪히던 오늘의 유머,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유저들이 대동단결했다. 지난 1월11일 방영된 <더 지니어스-룰 브레이커>(tvN)에서 출연자 이두희가 부당한 방법으로 탈락하게 되었다는 분노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
‘스낵컬처’의 시대가 온다제996호퇴근길 지하철을 탔다.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보던 드라마를 어디까지 봤더라? TV를 켠다. 사고를 겪은 뒤 죽을 사람을 미리 알아보는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감각을 이용해 사람들을 구한 뒤 칭송을 듣자 점차 욕망이 커지며 비뚤어지기 시작하는데…. 한 회를 보는 사이 지하철은 다섯 정거장을 달렸다....
정자 문제가 아니다제996호엄마의 얼마 안 되는 장점도, 차고 넘치는 단점도 전혀 닮지 않은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혹시 어디서 뒤바뀌어온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종종 했다. 우리 아이들이 실은 남의 집 자식이란 걸 알게 된다면 나도 첫마디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와 같을지 모른다. “역시, 그랬...
‘서초동 JP’, 청와대 가다 제996호 제목부터 숨이 턱 막혔다. ‘우리를 술 푸게 한 개념 없는 판결들’이라니. <한겨레21> 839호에 실린 2010년 올해의 판결 기획 ‘걸림돌 판결’ 기사에는 이런 제목이 달렸다. 10개로 추린 목록을 소개하는 기사에는 ‘개념 없는’ 판결문에 올린 판사들 이름도 꼼꼼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