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흙집의 습격제987호나는 건축에 ‘문외한’(門外漢)이다. 하지만 집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아니다. 문 안에서 벗고 생활하는 ‘문내한’(門內閑)이기 때문이다. 사실 집을 말하고 싶다. 어떤 대상에 호기심이 들면 먼저 그걸 책 삼고 싶은 병이다. 집이 그렇다. 빛이 고이는 집을 보면 침이 고인다. 그 안에 흘러들어 밥 짓고...
보라, 주꾸미의 이 숨막힐 듯한 자태를제987호‘손이 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특히 음식과 관련해서 그렇다. 후배들에게 밥을 사거나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때도 일단 푸짐하게, 라는 기조다. 그렇다. 손이 문제다. 내 잘못이 아니다. 결혼한 뒤 종종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다. 거의 매번 양 조절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누구를 닮아 이렇게 손이 ...
만나야 할 그 사람을 만나는 공포제987호초딩 동창 간 ‘썸씽’을 가능케 해주던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에 들락거리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서울 지역 ㅅ초등학교 3학년 같은 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급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얼굴을 아무리 보고 또 봐도 기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만나놓고 ‘나 ...
자격 없는 예술가들의 ‘자격’제987호서로에게 기대는 자, 기대하는 자, 기다려주는 자. ‘네시이십분’은 그런 모임이다. 예술하는 젊은 친구들이 모였다. 예술하는, 어감이 묘하다. 문화작업자가 낫겠다. ‘기억발전소’라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숨결, ‘네시이십분’이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준과 은(준은 노래와 시를 만들고 은은 블로그에 ...
가슴을 활짝 펴라제987호오래전 방송됐던 드라마 <모델>에는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나온다. 여주인공은 패션모델로서의 바른 자세를 익히기 위해 눈물을 흘려가며 하루에 몇 시간씩 몸을 벽에 똑바로 붙이고 서서 버티는 고된 연습을 한다. 이런 자세훈련은 모델에게만 요긴한 것은 아니다. 등이 기역자로 굽은 꼬부랑 할머니 ...
땅밑으로 유배가는 늙은 프로메테우스제987호 절취와 증여의 대가는 참혹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카우카수스산 돌벼랑에 쇠사슬로 결박된 채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형벌을 받는다. 인간이 불을 갖게 해선 안 된다는 제우스의 금기를 위반한 대가였다. 불을 소유하는 순간 인간은 신의 지배 권역을 벗어나 통제 불능의 자유 지대로 탈주하게 될 것임을 제우스는 간파…
농사지어 폭탄 막자제987호늦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이어서 강원도의 날씨는 쌀쌀하다. 차에서 내리니 맞은편 산을 파헤친 흔적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곳은 강원도 홍천군 서면 동막리다. 막개발 중인 강원도 내 골프장 건설현장 중 한 곳이다. 지난 11월9일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제15차 생명버스 행사가 이곳에서 시작됐다. 동막...
소녀시대가 레이디 가가를 이기는 곳제987호연말을 맞아 올해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이슈를 꼽을 때 꼭 들어가야 할 이슈 하나. 프라이머리의 표절 시비? 그건 당연하다. 하지만 하나 더. 소녀시대의 유튜브 뮤직 어워드(YTMA) 수상. ‘특별상’이나 ‘아시아 아티스트상’도 아니고 ‘올해의 뮤직비디오상’이다. ‘올해의 뮤직비디오상’ 후보에 싸이를 ...
‘슈퍼스타K’, 시청자 vs 심사위원제987호감동 드라마라도 만들어보자 결승에 오르고도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도전자가 있다. 당혹스러운 장면 앞에, 승자도 패자도 심사위원도 어쩔 줄 몰라 한다. “심사위원과의 대결. 투표로 승리하시길.” 그것은 도발이었지만 이미 김이 빠질 대로 빠진 뒤 군불을 때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논란거리도 되지 못하는…
별 떨어진 대장제987호11월13일 자정을 5분가량 앞둔 시각. 이날 오후 3시께 검찰 조사를 받으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왔던 ‘무대’(‘무성대장’의 줄임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애칭)가 약 9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느릿느릿 걸어나왔다. “선거 당시에…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중 일부라는 문건이 들어왔습니다. …(출처는) 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