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 데 팥 나는 기술제1129호 “농사의 반은 하늘이 짓는 것이여. 사람은 거들 뿐이제.” 거름을 주고 잡초도 열심히 뽑았지만, 사람의 힘은 딱 거기까지였다. 날이 가물어야 과일이 달았고, 눈이 많이 내리는 해엔 어김없이 보리농사가 풍년이었다. 농부의 땀은 하늘에 닿아야 풍성한 결실로 이어졌다.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 시나브로 무르익었...
혼자여도 좋다 유사가족도 좋다제1129호 추석은 역시 가족. 설과 추석이면 고향으로 내려가는 차들이 줄을 잇고,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며칠을 지낸다. 홀연히 해외로 떠나가는 이도 많지만 여전히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라는 구호가 곳곳에 번득인다. TV를 켜면 프로그램마다 가족 이야기이고, 아이와 함께 행복한 날을 보내는 풍경이 가득하다. ...
컴컴한 추석제1129호 문득 그가 생각났다. 까무잡잡한 피부, 양쪽 뺨에 깊게 팬 볼우물, 서글서글한 눈매. 그는 거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1시간 가까이 속사포처럼 억울한 사연을 쏟아냈다. 믿었던 하청업체 사장은 임금을 떼먹고 줄행랑쳤고, 체불임금 받아내겠다고 집단행동을 벌였더니 다른 하청업체로 고용 승계도 안 됐다고,...
추석연휴 냉장고를 부탁해제1129호달력을 물들인 빨간색이 차라리 칼로리 경고등은 아닐까 싶은 때. 지난해에도 먹었건만 올해도 먹어야 하고 이변이 없다면 내년에도 먹어야 하는 그 밥의 그 나물, 아니, 그 떡과 그 전들. 어김없이 돌아온 명절, 속절없이 냉장고에 처박힐 기구한 운명에 처한 음식이 부지기수지만, 사실 그것들은 유구한 노동을 해온 ...
몰아보거나 이어보거나제1129호 단언컨대, 한 시절 명절 TV 편성표는 가장 소중한 ‘물질’이었다. 오매불망 신문을 기다리고, 몇 페이지에 걸쳐 펼쳐진 TV 편성표를 소중히 오려두는 일은 명절을 앞두고 치르는 가장 중요한 의식 가운데 하나였다. 갈등을 거듭하며, 함께 봐야 하는 이들의 의견까지 감안해 볼 프로그램을 고르고 ...
‘폭망’이 불가능한 영화들제1129호 지난해 추석 때, 극장가 흥행 1위는 <사도>였다. 사극 <왕의 남자>로 ‘관객 1천만 명 흥행 감독’ 대열에 합류한 이준익 감독과 ‘국민배우’ 송강호가 주연으로 합류해 일을 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해 주말을 낀 추석 연휴 4일간(...
소극장에서 슈퍼맨! 한옥마을에서 얼쑤~제1129호 차례상을 물리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음복을 하며 오순도순 정담을 나눈다. 그런데 이번 추석 연휴는 휴가를 쓰면 최대 9일이나 될 정도로 무척 길다. 모처럼 맞는 여유 있는 시간, 공연장이나 한옥마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민족 최대 명절답게 연극, 7080 포크송, 전통예술 등 공연 ...
초보 마니아 딱지는 뗐네제1128호 나는 반환경론자에 가까울 것이다. 그동안 썼다는 칼럼이 이렇다. ‘내 차, 언제 팔아야 좋을까’ ‘현대차 놀이터에 SM6 도전장’ ‘베르나보다 지드래곤’. 시시하던 중형 세단 시장에 ‘현대가 좋네’ ‘르노삼성이 좋네’ ‘GM이 좋네’ 다투기도 하고, 국외 모터쇼에 등장한 BMW·벤츠·아우디 ...
힘을 내요 육아빠들제1128호 남편의 딸사랑은 좀 유난한 데가 있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나보다 더 자주 신생아실을 들여다보며 감탄하고는 했다. 새벽에 아이가 깨서 울면 1초 만에 벌떡 일어나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것도 나보다 더 열심이었다. 누군가 아기가 먹으면 안 되는 딱딱한 과자나 짠 음식을 주려 ...
일곱 빛깔 ‘인생 거울’제1128호 ‘뭔지’가 되어. 나 누구지, 뭘 원하지, 왜 이러지. 그럴 때마다 책과 생각한테로 가서 해결을 본 자들이 있다. 대개 역사에 이름을 새긴 이다. 김선희의 <나를 공부할 시간>(풀빛 펴냄)은 고명한 동서양 인문학자 열네 명을 통해 삶의 기술을 명증한다. 이 증명은 가슴 뻐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