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나는구나 기적제1133호 1. 서울의 벨로주 ‘아이디를 뭘로 하지?’ 박정용씨는 잠시 고민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려던 참이었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오른 글자는 ‘VELOSO’. 그가 가장 좋아하는 브라질의 국보급 음악가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o)...
반전의 반전제1133호 사진 속 로버트 앨런 지머먼은 삐딱하다. 상의부터 옷고름 쪽 단추 두개를 풀어젖혔다. 양 소매는 팔꿈치께까지 걷어올렸고, 두 손은 절반만 청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나이는 갓 스물이나 됐을까? 잘생긴 미소년의 얼굴인데 일부러 한쪽 눈매를 찌그러뜨리고, 눈꺼풀을 한쪽 위로 치켜떴다. 그 상태로 매섭게 ...
여전히 명랑한 슬픔인 당신제1133호 좋으면 웃고, 너무 좋으면 운다. 감동한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황홀한 순간엔 표정이 구겨진다. 행복은 슬픈 표정을 하고 있다고, 영국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아이리스 머독은 썼다. 이런 생각도 한다. 햇빛을 볼 때 눈을 찡그리게 되는 것처럼, 밝기가 서로 다른 한 곳에서 다른 곳을 바라볼 때처럼, 찡그...
트럼프는 미국에만 있지 않다제1133호 힐러리 로댐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2016년 미국 대선이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전대미문의 여성 대통령이란 주인공 승자가 등장해도 신스틸러(scene stealer)는 단연 버니 샌더스였으면 좋겠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도널드 트럼프다. 힐러리 클린턴은 또 한 ...
‘신상’ 다이어트에 솔깃? 이 또한 지나가리라제1133호 ‘다이어트의 통념을 뒤집었다’ ‘비약과 현혹이다’. 탄수화물 섭취 비중을 줄이고 양질의 지방을 마음껏 섭취하는 것으로 다이어트 성공은 물론 당뇨병 등 질병까지 치유했다는 다양한 나라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한 ‘지방의 누명’ 편 이후 ‘고지방·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온 국민이 1년 …
있어도 없는 사람들제1132호 운전하다가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로드킬당한 동물의 주검을 마주했을 때. 살기 위해 도로 이쪽에서 저쪽 땅으로 넘어가다 참사를 당한 동물들. 잠들듯 바닥에 고인 동물 주검은 아무도 거둬주지 않는다. 송가를 불러주는 이도 없다. 자동차 바퀴만이 소음을 일으키며 아슬아슬하게 이들 주변을 지날 ...
불꽃 워킹맘이 되라고?제1132호 식탁 밑엔 아이가 먹다 흘린 밥풀이 말라 비틀어진 채 붙어 있었다. 거실을 걸어다닐 때마다 정체 모를 부스러기들이 발바닥에 달라붙었다. 빨래통이 넘치고 욕실엔 곰팡이가 피었다. 옷장엔 남편과 나와 아이의 옷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 일주일. 집안꼴은 엉망이 되었다. 집뿐만 아니...
함께 가서 맘껏 따로 놀아라제1132호 연일 사람들로 붐빈다는 스타필드 하남을 평일 오전에 둘러봤다. 쇼핑몰이라는 곳을 걸어본 지 참으로 오랜만이다. 비교적 한적한 가운데 층별로 상점가를 따라 이동하면서 머릿속에 인지된 쇼핑몰들을 떠올려보니 그 차이가 확연하다. 그야말로 ‘쇼핑 테마파크’라는 이름에 걸맞은 곳이다. 백화점은 물론 창고형 이마…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제1132호 커뮤니티아트(공동체미술)를 하는 박찬국 선생님과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면세점 쇼핑에 열을 올리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DUTY FREE’를 ‘더티 프리’ 로 읽는 그의 감각에 탄복한 기억이 난다. 국내 최대 쇼핑몰을 돌아보며 왜 하필 이 일이 떠올랐을까. 유통자본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더티’...
당신이 누구든 무엇을 좋아하든제1132호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 750. 개장 한 달 만에 누적 방문자 수 300만 명을 넘겼고, 연말까지 1천만 명이 찾을 것이라는 ‘스타필드 하남’(이하 스타필드)의 주소다. 아직 내비게이션은 그 장소를 ‘로딩’해내지 못한다. 좌표는 길을 벗어난 곳에 찍힌다. 올림픽대로를 벗어나 하남시로 들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