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 또 하나의 개성공단제1134호 압록(鴨綠). 오리의 푸른 머리빛을 닮은 강. 정확히 70년 전, 이미륵(1899~1950)은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출간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 압록강을 건너 머나먼 독일에 정착했다. 압록강은 이미륵에게 존재의 시원이자 마음의 고향이었다. ...
둘째가 태어났다제1134호 생후 26일. 힘들다. 하루가 100년 같다. 누가 왜 안 말려줬나 싶다. 페이스북 어디선가 봤다. 한 엄마의 일갈. “둘째 너무 예뻐. 근데 엄마가 그지(거지)가 돼.” 너무 늦게 나에게 찾아온 문장. 주변의 부모들은 대체로 앞 문장만 말한다. “둘째는 그냥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 ...
걱정 말아요 아름다운 그대제1134호 1985년 9월1일, 척박한 한국 록음악에 ‘들국화’가 꽃피었다. 전인권(보컬), 조덕환(기타), 최성원(베이스), 허성욱(키보드)이 만든 밴드 ‘들국화’가 이날 발표한 첫 앨범 <행진>은 엄청난 것이었다. 당시 음악평론가 이백천은 “어떤 공감을 통해 각자 나름으로...
양심도 없는 것들?제1134호 ‘맞서다’와 ‘피하다’가 반드시 반대말은 아니다. 피하지 못하면 맞서야 한다. 징집률 90%에 가까운, 물 샐 틈 없는 징병국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이 그렇다. 병역거부 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이 진행 중인 스토리펀딩 제목은 ‘전쟁에 맞선 겁쟁이들’이다. 펀딩 스토리에서 “누군가가 나를 죽이거나 때리는 것도 …
인간관계에는 직선이 없다제1134호 가끔 TV 드라마를 보면 어쩜 그리도 상황을 재미있게 묘사하는지 작가들의 표현력에 감탄하는 때가 있다. 딸과 대화하다 어느 드라마에서 나온 ‘고쓰’(고퀄리티 쓰레기의 줄임말)라는 단어를 썼더니 깔깔거리며 웃는다. “나도 모르는 단어를 엄마가 어떻게 알아?” 하고. 그런데 ‘고쓰’라는 표현이 참 재미...
응우옌티탄의 진실을 찾아서제1134호 17년째 한 사건을 좇았다. ‘징하다’. 베트남전쟁(1960~75)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논할 때 그의 이름을 빠뜨릴 수 없다. 고경태. 1999년 <한겨레21> 편집팀 기자였던 그는 2년에 걸쳐 피해자·가해자 증언을 듣고 사건의 진상을 ...
어디선가 ‘말’을 고르고 있을 대통령에게제1134호*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라는 제목으로 이화여대 학생이 쓴 대자보를 패러디한 글입니다. 어디선가 ‘말’을 고르고 있을 대통령에게 저, 올 초에도 밤을 새웠습니다. 대통령이 쓰신(직접 쓰셨는지 확실치 않지만) 179건의 연설문을 포함...
아프냐? 로봇도 아프다제1133호 ‘로봇 연기’란 꼬리표가 붙은 연기자가 있었다. 그에겐 무척이나 가혹한 메타포였을 테다. ‘연기에 감정이 없다’는 평가 말이다. 로봇은 감정이 없는 물체다. 사람이 로봇에 감정을 이입할 순 있겠지만, 그것이 로봇이 감정을 가졌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 그래서일까? 우린 로봇을 이따금 거친 환경에 내몬다. 전쟁터…
거사를 마치다제1133호 전국 각지에 공룡능선이 있다. 울퉁불퉁 솟은 바위로 이어진 산줄기가 공룡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름 자체가 주는 위압감과 함께 걷기가 수월치 않다. 공룡능선에서는 네 가지 점에서 놀란다. 첫째, 빼어난 아름다움에 놀란다. 암봉과 암벽의 수려한 개골미(皆骨美)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외 신간 안내제1133호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다니엘 라벤토스 지음, 이한주·이재명 옮김, 책담 펴냄, 1만5천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행위의 가장 큰 도덕적 강점 중 하나는 단순히 끔찍한 불평등의 증거를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소득과 부의 거대한 격차로 인한 자유의 침해에도 관심을 조명해준다는 것이다.” 기본소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