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못할 일은 하지 마라제1130호 지우개가 필요한 역사는 없다. 역사학자 오항녕 전주대 교수는 “역사에서 해석이 없어도 사실은 남지만, 사실이 없으면 해석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모든 역사 논쟁은 사실을 둘러싼 기억투쟁의 성격을 띤다”고 했다. 2000년대 이후 권력자들의 ‘기억투쟁’이 공공기록물, 특히 대통령기록물을 둘러싼 ‘…
마음의 밥심제1130호 올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의 바둑 대국이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매우 우울했다. 이세돌이 한 번이라도 이겨주었으니 망정이지 다 졌다면 좀더 깊은 우울증에 빠질 뻔했다. 주위에 비슷한 사람이 꽤 있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본 미래의 인간 모습이 상상돼서였을까? 아무튼 그 대국...
지배연합을 지배한 재벌제1130호 온갖 의혹을 뒤로하고 롯데월드 타워는 거대하게 솟아올랐다. 롯데 수뇌부의 수천억원대 세금 포탈과 전 정부와의 커넥션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들려오는 뉴스로는 용두사미 수사가 예견된다. 이미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횡령·배임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
살고 싶은 집에 산다는 건제1130호 ‘땅콩집’이 한때 인기였다. 땅 하나에 두 가족이 집 두 채를 동시에 지어, 단독주택 설계·건축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였다. 이름에는 “(두 가구가) 땅콩처럼 다정하게 붙어서, 땅콩처럼 고소하게 살자”는 뜻이 담겼다. <한겨레> 고(故) 구본준(1969~2014) ...
그 골목, 왜 없는가제1130호 김기찬(1938~2005)의 <골목 안 풍경 30년: 1968~2001>(눈빛 펴냄, 2003)을 본다. 무심히 책장을 넘기던 손길이 멈춘다. 182쪽 ‘쌍동이’. 서울 중림동 골목길에서 만난 쌍둥이 여자아이와 어머니. 1972년 한여름, 골목...
“탈핵이 가능하다는 믿음뿐”제1130호 원자력발전소 14기가 몰려 있는 경북 경주와 부산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은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오랜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일본과는 다르다,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주장은 이제 활성단층 아래로 사라졌다. 정부는 계속되는 여진에 “국내 원전은 규모 7.0 수준 지진까지 견딜...
<문화과학 87호> 외 신간 안내제1129호 문화과학 87호 문화과학사 펴냄, 1만8천원 ‘데이터 사회’를 특집으로 내걸었다. ‘지금-여기’가 과연 데이터 사회인지 개념 정의에서 시작해 데이터 사회의 특징적 국면을 자본·통치권력·신체·노동·물신성 등에 바탕해 다섯 필자가 다뤘다. 지난해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사용으로 불거진 ‘데이터 인권’을...
이것이 바로 헤비메탈이구나제1129호 순전히 김학선이 올린 포스팅 때문이었다. 얼마 전까지 <한겨레21> 고정 필자이기도 했던 음악평론가다. 그가 지난 월요일(9월5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속 그 앨범 표지에 나는 완벽하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지금으로부터 꼭 27년 전인 1989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따뜻한 아랫목, 서정의 온도제1129호 1948년생 시인은 이태 뒤 고희에 이른다. 최근 그는 섬진강을 끌어안은 고향 진메마을(전북 임실군)에 돌아왔다. 대표작 <섬진강>이 쓰인 곳이다.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이후 3년 만에 낸 이번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창비...
죄책감 넘겨씌운 죄제1129호 청결은 어떤 의미에선 사랑이다. 청결이 나와 너를 깨끗이 하여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일 때 그렇다. 산모와 아이의 관계야말로 사랑으로서의 청결을 보여주는 본보기다. 깨끗한 아이를 보며 산모는 충만감을 느낀다. 가습기살균제 초기 피해자가 임신부, 산모,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비극적이다. 그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