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탁’ 네트워크의 비극제1127호 역사의 앞면은 진실의 반쪽만 담고 있다. 오히려 역사의 뒷면이 종종 앞면보다 더 본질적 진실을 보여준다. 고당(古堂) 조만식은 일제강점기 물산장려운동으로 명망을 얻었고, 해방 당시 북한 지역에서 가장 저명한 민족주의 지도자였다. 북한을 점령한 소련군사령부가 처음에 내세우려던 민족의 지도자도 김일성이 아니…
그들만의 몫제1127호 2009년 겨울, 서울 용산 4구역에서 ‘용산 참사’가 벌어졌다. 그해 여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선 경찰의 대규모 폭력 진압이 있었다. 국가가 평범한 사람들을 짓밟는 ‘국가폭력’의 전형이었다. “누가 책임질 것이냐” 가해자들은 잘 살고 있다. 김석기. 그는 1979년 경찰간부...
“살리고~ 살리고~”제1127호 그 동네에 가면 꼭 그 집의 안부를 묻곤 했다. 바닷가 근처 언덕에 졸졸이 서 있던 낮은 층의 아파트. 날 때부터 6살 때까지 살았던 그 동네의 기억은, 대부분 사진으로 되새김질해야 가물가물 떠오르는 정도다. 하지만 수영복 위에 티셔츠 하나 달랑 걸치고 바다로 달려갔던 시간을 몸이 기억하고 있다. 한밤중에...
로봇, 너 누구니?제1127호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한겨레21>과 <고래가 그랬어>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
'오대수'가 없는 세계제1126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그런 순간을 나는 기다리지 않는다. 아예 그런 상상조차 잘 않고 산다. 단언컨대, 그런 순간이란 없다. 우리는 모두 실재를 사는 ‘오대수’다. 타협하고, 대충하고, 미루고, 도망가고, 합리화하고 그럼에도 끝내 자위하며 그저 그렇게 오늘만 대충 ...
감나무가 있는 풍경제1126호 “엄마랑 아빠는 감나무를 닮았었어. 우리 집 앞마당에서 가을마다 언니랑 나한테 빠알간 감을 떨어뜨려주던….” 오랜 세월 뒤, 아이들이 엄마랑 아빠를 이렇게 기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나무 옆에는 작은 그네가 하늘거린다. 큰아이가 2층 자기 방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둘째아이 다락방이 있다. ...
고양이 시간제1126호 내 이름은 만세, 고양이다. 개, 고양이들의 줄초상이 이어지는 계절이다. 얼마 전 말복을 넘겼으니 올여름에도 세 번 대살육의 날이 끝났다. 나는 육식 고양이. 어떤 고양이들은 상추도 뜯어먹고 오이도 씹어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오로지 고기만 먹는다. 오리육포, 닭가슴살, 소고기맛 캔은 내가...
낯설고 투명한 욕망의 수영장제1126호*영화 <비거 스플래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섬은 유배와 휴식의 땅. <비거 스플래쉬>의 주인공들이 고독과 자유, 은폐와 분출의 두 가지 마음을 좇아서 마침내 도달한 곳이 섬인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이탈리아 국경 안에 ...
'5년 만에 신혼여행' 외 신간 안내제1126호 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3천원 지난 2년간 문학상을 두루 휩쓸어 ‘상금 사냥꾼’처럼도 보였던 소설가 장강명. 첫 에세이로 드러난 그의 삶은 결혼식 대신 혼인신고, 명절에 부모님댁에는 혼자 가기, 아이 낳지 않는 삶, 신혼여행은 5년 만에, 화목한 ‘대...
사랑이란 일상제1126호 그림책은 늘 좋다. 그림 하나가 거대한 이야기 하나를 설명해줄 때가 있다. 눈길 한번 주는 것으로 따스한 느낌, 솜털 같은 포근함, 달콤쌉싸름한 향기, 깊은 상처, 상처보다 더한 사랑,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 같은 것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글이라면, 주저리주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