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철거가 재개되던 날, 포클레인이 외딴섬처럼 서 있는 구본장여관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할머니는 자기 허리 한켠이 베어나가는 느낌이었다. 할머니의 일터와 삶터가 밑도 끝도 없이 무너졌다. 앞으로 어떻게, 무얼 하며 살아야 할까. 할머니는 너무 무력해져 그만 맨몸으로 차로에 드러누워버렸다. 할머니가 춤을 췄다. 8월25일 밤 9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 거기에도 포클레인에 삶의 터전이 쓸려나간 사람들이 있었다. ‘아현포차’ 할머니들. 자본의 횡포에 도시가 날카롭게 베이는 것이 아픈 청년들이 그곳에 모였다. 노래하고 춤추며 할머니들을 응원했다. 청년 연대자들 앞에서는 좀체 울지 않는 할머니들은 대신 함께 춤추고 노래한다. 야박한 인심, 절박한 3만원 할머니들은 30년 넘는 세월 아현동 일대에서 포장마차를 해왔다. 하나둘 모여 20개 남짓, 요즘 도시에서 보기 힘든 포장마차촌을 이뤘다.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민원이 들어왔다. 포장마차를 ‘치워달라’는 것이 새 주민들의 목소리였다. 할머니들은 밤새 불을 밝히고 서서 하루에 3만원이나마 벌었다. 언젠가 이 고된 일을 그만둬야지, 했던 할머니들은 말없이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하루치 벌이가 없으면 당장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할머니들은 도무지 갈 곳이 없다. 세 사람이 남았다. 기습 철거로 단골들 연락처 빼곡하게 쓰인 노트 한 권 못 챙겨 나왔다. 믿을 건 “이렇게 찾아와주는 청년들밖에 없다”고 했다. 사람 사는 곳이므로 도시 또한 생로병사를 겪으며 무너지고 쌓이기를 반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의 도시 개발이 사람 사는 곳에 숨을 불어넣는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할머니가 노래하는 청년 뒤에서 춤을 추며 추임새를 넣었다. “살리고~ 살리고~.”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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